뉴욕증시 폭락…사흘 만에 또 거래 정지
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11년간 지속됐던 증시 호황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뉴욕증시는 미국이 유럽에서의 입국을 전격적으로 금지하자 투심이 크게 위축되면서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폭락하면서 출발했는데요. 개장 직후 S&P500 지수가 7%나 급락하면서, 결국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사흘 만에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오늘 다우 지수는 9.99% 폭락한 21,200에, 나스닥 지수는 9.43% 하락한 7,201에, S&P500 지수는 9.51% 하락한 2,480에 장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코로나19의 상황과 각국이 내놓을 부양책, 그리고 연준의 시장 개입을 지켜봤습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국가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밝혔는데요. 예상치 못했던 깜짝 대응에 시장은 유럽과 미국, 양측에 미칠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달래기 위해 세금 납부 기간 유예와 중소기업의 저금리 대출 등 경제적 지원 조치도 함께 발표했는데요. 공포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여기에 ECB 통화정책회의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ECB는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는데요. 시장에서는 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이 소식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그보다는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연이어 폭락하자 개장 직후 연준이 긴급 성명을 내고 단기 자금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잠시 낙폭을 만회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경제지표는 양호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되기 전인 2월 지표이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2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0.6% 내리면서 시장의 예상보다 낮았고, 주간 실업보험청구자 수도 21만 천명으로 예상치를 하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를 꺼내든 것과 기대에 못 미치는 부양책 시행으로 시장이 크게 실망했다면서, 한동안 불안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준, 서킷브레이커 발동에 시장 개입
간밤에 뉴욕증시에서 연달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증시가 1987년 이후 최악의 공포에 휩싸이자 연준이 또 다시 나섰습니다. 연준은 긴급 성명을 발표해, 1조 5천억 달러, 우리 돈 1,810조 5천억원 규모의 단기 자금을 시장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연준의 주요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오늘 성명을 내고 "금융 시장에서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해, 시장에 매우 이상한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재무부 발행 국채 매입과 환매조건부 채권 운영을 통해 시장에 단기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오늘부터 이틀 간 총 세 번에 걸쳐서, 단기 자금 총 1조 5천억 달러를 시장에 풀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3개월 만기 환매조건부 채권 운영을 통해 시장에 500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같은 방식으로 5천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구요. 그 뒤에 1개월 만기 환매조건부 채권 운영으로 5천억 달러를 마저 투입할 계획입니다. 단기 자금 투입 외에도 뉴욕 연은은 내일부터 한달 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단기 국채를 600억 달러 어치 사들일 계획입니다.
연준의 이번 시장 개입은 오늘 뉴욕증시가 개장 직후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에 따른 즉각 조치였습니다. 3대 증시는 오전에만 나란히 7% 넘게 급락했는데요. 연준이 단기 자금을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증시는 낙폭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달래지 못하면서 결국 증시는 다시 낙폭을 키우고 3대 지수 모두 10% 가까운 폭락장을 연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증시 폭락 사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긴급 발표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고, ECB의 금리 동결 결정 역시 실망스러웠다는 점이 오늘 폭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커져만 가는 코로나19 공포…해결책 오리무중?
제가 어제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의 시장 전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코스틴 전략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11년간 이어져왔던 증시 호황이 곧 막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지금 글로벌 경제는 그 동안 금리 인하 등 막대한 자금 풀기로 연명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전날 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졌습니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것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기본적인 방어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열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5%대에서 0%대로 급격히 낮췄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는 1%로 25bp 인하를 적용한다고 해도 네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라는 무기가 없어진 연준으로는 더 이상 증시를 떠받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달 초에 50bp 긴급 인하로 증시 하락을 막고자 했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유럽과 일본은 이미 제로 금리여서 더 이상 내릴 것도 없는 상태구요.
다음은 국제 유가의 폭락입니다. 지금 산유국들은 세계 석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무한 증산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에 아랍에미리트까지 참전하면서, 작년 말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WTI 가격은 30달러 대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 정부 측이 WTI가 12달러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저유가 사태가 지속되면 셰일오일을 비롯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자금난이 불거져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했던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월가에서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이 찾아올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체 세계 GDP의 10%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유럽과 미국장을 보면 한동안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향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대응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