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저가매수에 '베팅'…연기금, 다시 매수세 시동

입력 2020-03-11 11:41
수정 2020-03-11 11:27
<앵커>

올해 들어 잠잠한 매수세를 보이던 연기금이 그간의 흐름을 깨고 지난 나흘간 코스피 시장에서 9천억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최근 코스피 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며 대량 저가매수에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국내증시에서 연기금이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정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9,375 억원을 순매수 했습니다.

연초부터 4일까지 2달여 동안 2천억원대 순매수에 그치며 잠잠하던 움직임을 깨고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겁니다.

연기금이 돌연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선 이유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가 급락세를 보였던 데 따른 저가매수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연기금은 올해 들어 코스피가 가장 큰 낙폭을 보였던 지난 9일 올 들어 가장 많은 3,933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지난해 8월 일본수출규제에 따른 코스피가 급락했던 시기에 연기금들이 국내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일제히 연말 국내주식 부문에서 코스피 수익률 보다 높은 깜짝 수익률을 거뒀던 경험도 적극적인 저가매수 움직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인터뷰>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순수하게 저가매수로 들어오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에도 보면 연기금들이 2천포인트 아래로 주식시장이 내려가면 매수규모가 쭉 들어온다. 무역분쟁 났을때도 그랬고 한일 갈등 발생했을때 주가가 빠졌을 때도 그렇다. ”

업계에서는 연기금들은 투자자산의 목표비중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국내증시 급락에 따른 추가 투자여력이 생긴 만큼 연기금의 이 같은 매수세는 한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국내주식평가액이 132조원으로 올해 목표비중에 거의 근접해 있었지만 연초이후 국내증시가 10%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12조원 가량 추가 투자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들의 이 같은 국내증시 대거 순매수세가 지수방어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분석합니다.

연기금 투자종목 대부분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인 대형주들인 만큼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나흘동안 연기금 순매수종목의 대부분이 코스피 대형주 들이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매수액은 4,700억원에 달해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인터뷰>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수를 구성할 때 밑에 있는 작은 종목들은 합쳐봐야 도움이 안된다. 연기금 같은 경우는 대형종목들 위주로 접근을 한다. 지수 구성도 코스피200해서 200개 종목이 코스피를 구성한다. 연기금이 사는 것들이 지수방어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

최근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 유입 이외에도 현재 코스피의 주가지수수익률이 0.76배까지 떨어지는 등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아 장기투자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점도 대표적인 장기투자자인 연기금이 추가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보태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