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법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확정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10일 발행된 후쿠시마 지역지인 '후쿠시마 민유(民友)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처분 방법에 대해 "의사 결정까지 시간을 들일 틈이 별로 없다"면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유신문은 아베 총리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여름에라도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 9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민유신문과 인터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문가 소위가 지난 1월 제시한 해양 방류 및 수증기 방출안을 토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분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 소위가 두 안 중에서도 해양 방출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형태로 오염수가 처분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오염수에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는 물(ALPS 처리수)을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일평균 약 170t씩 증가하는 이 오염수가 118만t가량 저장돼 있고, 2022년 중에 증설분을 포함해 137만t 규모의 저장탱크가 꽉 차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일본 정부는 국제기준에 맞게 오염농도를 낮춘 뒤 태평양에 방류하는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해양방류 방안에 대해 후쿠시마 주변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한국 등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대해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처분 방안이 결정되고서 실행하기까지는 기술적인 준비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 절차 등으로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고려해 처분 방침 결정 시기를 잡을지에 대해선 올림픽 일정과 무관하게 저장탱크 용량이나 2년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조기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처분 방법이 어떤 형태로 되는지 풍문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으면서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알려 나겠다"고 말했다. 풍문피해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등의 유해성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말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한 발언의 의미에 대해 "2022년 여름까지는 탱크가 차고, 처분 개시까지 2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면서 "의사결정에 그다지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올 7~9월 예정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끝나고 나서 오염수 처분 방법을 확정해 본격적인 방류를 추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이 동일본대지진 9주년을 맞아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2천189명(유효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최근 우편 설문조사를 벌여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분 방법을 묻는 항목에서 20%만이 '방출'(방류) 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