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콜센터 건물 입주자들 '초긴장'…검진 위해 수십m 대기줄

입력 2020-03-10 15:57
수정 2020-03-10 15:58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코리아빌딩에서는 10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건물을 폐쇄하고 거주민과 입주사 직원들에 대한 선별 진료를 진행했다.

이 건물 11층에 있는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는 직원·교육생, 가족 등 6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콜센터 직원이 많아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전, 건물 정문에는 '임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고 입구에서는 방호복을 갖춰 입은 보건소 직원이 건물에서 나오는 주민이나 출근하는 직원들의 체온을 일일이 확인했다.

환자가 집단 발생한 11층의 출입이 엄중하게 통제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 자체에 대한 출입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차단된 상태였다.

이 건물에는 4·15 총선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선거 캠프 사무실도 있다. 이 사무실 역시 폐쇄됐다.

건물 곳곳에는 '이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오전 9시께 건물 관리인이 "입주민은 모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 방송을 하면서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이 건물 엘리베이터 5대 가운데 4대는 입주민과 입주사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홀수·짝수층 엘리베이터가 구분돼 있으나 확진자와 일반 거주민의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엘리베이터 한 대는 2층 예식장과 3·4층의 연회장까지만 운행된다. 다만 예식장 손님들이 다른 엘리베이터에 탔다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전 9시 50분께 입주민·입주사 직원 등을 위한 간이 선별 진료소 텐트가 건물 뒤쪽에 설치돼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소에서는 의료진이 입주민·입주사 직원 등 체온을 재고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의사 2명과 간호사 등 의료진 15명이 방호복을 갖춰 입고 진땀을 흘렸지만, 진료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m 이상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오전 한때는 선별진료소 대기 줄이 건물 외곽을 빙 둘러설 정도로 길어졌다. 대기 인원은 최대 130여명에 달했다. 경찰도 폴리스라인을 치는 등 현장을 정리했다. 대기자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1m 정도 간격을 유지하도록 안내받았지만, 인원이 많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 구체적인 문진은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채취한 검체는 서울 시내 검사 업체로 보내 확진 여부를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진료소에는 이 건물 입주민과 입주사 직원뿐 아니라 주변 주민이나 지난 주말 예식장에 방문했던 하객, 입주민의 밀접접촉자 등도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검사 전에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적어야 하고 빌딩 근무자는 근무지 호수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며 "그래도 입주민이 아닌 다른 구민이 몇 명 정도 섞여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인력의 한계 상 일일이 가려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건물 오피스텔 방 숫자는 140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 거주 인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