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산업별 영향은?

입력 2020-03-09 15:37
코로나 공포에, 유가까지 영향을 주면서, 주식시장은 패닉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거래소에서만 1조원 넘게 매도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원인. 국제유가의 급락.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짚어보겠습니다.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OPEC+ 회동에서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됐습니다. 이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 정책으로 돌변했는데요. 국제유가 WTI는 지난 금요일 하루 사이 10.1%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실시간 선물 흐름을 보시면, 그보다 20% 이상 더 빠져 배럴당 30달러 마저 붕괴된 상황입니다. 이는 1991년 1월 걸프전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감산 합의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공식적인 원유 공급판매가격을 20% 이상 전격 인하하고 원유 생산량을 하루 1천만배럴 이상으로 대폭 증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국제 원유가격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4월 원유 판매가격을 모든 유종과 모든 수입국가에 걸쳐 배럴당 6달러~8달러가량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는데요. 쉽게 말해, 현재 가격의 20% 이상 내린다는 겁니다. 사우디는 또 다음달 4월부터 자국 원유 생산량을 하루 1천만배럴 이상으로 대폭 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증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건데요. 사우디가 증산 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그럼, 이러한 유가 폭락, 이제 초 저유가 시대가 열리게 됐는데, 산업별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의 리포트 참고했습니다. 먼저 주로 NCC 석유화학 업종엔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석유화학, NCC 기업들은 그동안 공급과잉·수요감소 문제가 가장 컸는데요. 그런데 유가 하락이 셰일가스 생산 감소로 연결될 수 있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낮은 원가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 범용 제품 스프레드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가 하락으로 단기적으로 스프레드가 일정 부분 회복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미국과 중국의 크래커 증설은 대다수 셰일가스를 원재료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증설 지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이는 공급 과잉 우려를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정유산업은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공존하는데요. 유가 급락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 원유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해서겠죠? 하지만 사업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정제마진 개선 가능성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가 워낙 줄어들다 보니, 원유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큰 낙폭을 보이며 정제마진도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디젤과 가솔린 등 정유제품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로운송용 수요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한편 큰 호재로 받아들이는 쪽이 있기 마련이죠? 유틸리티 안에서도 한 종목을 꼽자면, 한국전력입니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유가가 1달러 감소할 때 2,000억원 증가합니다. 이에 올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 5천억원 이상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PBR 0.197배로 역사적 저평가 수준이라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한편 같은 유틸리티 업종 안에서도, 한국가스공사는 큰 타격이 불가피해보입니다. 해외자원개발 현장들의 손상차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비슷한 유가 수준이었던 2015년부터 2017년에는 유가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손상차손이 인식된 바 있습니다. 이에 실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선, 플랜트 관련주 보시면요. 유가 급락이 조선주들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 수요증가에 따른 탱커 발주 증가, 선박용 페인트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요.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해양플랜트 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하회할 경우 해양플랜트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기 때문인데요. 올해 수주목표 중 해양플랜트 비중은 현대중공업 18.4%, 삼성중공업 29.8% 수준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지금까지 유가 급락에 따른 산업별 영향 짚어봤습니다.

[한국경제TV=손현정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