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0년 주기설에 따라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지 10년이 지나면서 코로나발 금융위기로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위기 발생 판단기준인 ‘자본수지 대용변수의 표준편차 기법’을 통해 어떤 경로로 코로나발 금융위기가 찾아오는지와 발생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국가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초기 국면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움직임은 신용디폴트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 이하 CDS) 프리미엄이 급증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이 처음으로 파급되기 시작한 2007년 7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리먼 사태 이후 급등했다.
개별국가별로 리먼 사태 진행 과정에서 CDS 프리미엄의 상승폭을 비교해 보면 위기 발생국이 미국보다 신흥국들이 많이 올랐고 같은 신흥국 가운데에서는 중국, 태국 등 여타 아시아 국가의 CDS 프리미엄도 급등했으나 한국의 상승폭이 유난히 컸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2000년대 이후 신흥국에서는 내부요인보다 외부요인에 의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한국처럼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CDS 프리미엄과 해외자본 유출입, 환율 움직임과의 관계를 보면 CDS 프리미엄이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외자 유입이 감소되기 시작하면서 4배를 벗어나면 CDS 프리미엄이 이전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비슷한 시점에서 외자 순유입 규모도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 이상 감소하는 이른바 갑작스런 외자 이탈 단계에 진입한다.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이후 순차적으로 금융위기 발생국의 통화가 큰 폭으로 평가절하된 것이 공통점이다. 그만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당시에는 평가 절상되다가 외국자본 유입이 갑자기 중단 이후 곧바로 대규모 이탈로 급진전되는 과정에서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의 사례별 실질실효환율(REER) 변동률을 보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4개국은 평균 45.5%,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때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터키 등 6개국은 21.1%, 리먼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8개국은 20.1% 평가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기별로는 금융위기 발생국의 통화 가치가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3배를 벗어나거나 해당연도 절하율이 직전년도의 절하율을 10% 포인트 상회할 경우 이전보다 빨라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갑작스런 외자 이탈이 금융위기 단계로 악화된다.
이때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풀어 외환시장 안정에 나서면서 외화 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인식되면 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떨어지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금융위기 발생국의 외화 유동성에 의심이 갈 경우 투기성 자본의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되면서 국제통화기금의 유동성 지원 등과 같은 계기가 마련되기까지 혼란 국면은 더 지속됐다. 이처럼 금융위기 전후로 이뤄진 대폭적인 평가절하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외부문의 균형을 회복하고 금융시장과 실물경기가 안정을 찾는 원동력이 됐다.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를 잇달아 겪으면서 갑작스런 외자 이탈이 발생한 국가를 중심으로 대부분 신흥국이 외환보유액 확충에 대거 나섬에 따라 그 후 위기가 발생한 국가에서는 자국통화 가치의 평가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금융위기 사전적인 방지책으로 외화보유액 확충이 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대부분 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태생적 한계(original sin)'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국통화표시 자금조달이 곤란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외자 이탈이 발생하면 외화에 대한 초과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심각한 외화 부족에 직면한다. 이때 외환당국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차단하기 위해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방어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과 외화 유동성 공급으로 외화 보유액이 크게 감소한다.
금융위기 발생 전후 위기 발생국의 외화보유액 변동 상황을 보면 한국 등 5개국은 평균 4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때에도 터키 등 8개국은 33.6%, 리먼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국 등 외환위기 경험국의 충분한 외화 보유로 감소율은 적어졌지만 16.5%나 급감했다.
이처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외화 보유액 희생분이 적었던 것은 위기경험에 따라 외화보유액을 많이 쌓았던 것에 따른 사전예방 효과가 가장 큰 요인이다. 시기적으로는 자국 통화가치가 절하되기 시작한 3개월 시점부터 실물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시점까지 외화보유액이 크게 감소했다.
외화보유액이 급감하기 시작한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대규모 자본이탈에 따른 주가와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와 경제주체의 디레버리지(기존 투자자산 회수), 통화가치 절하에 따른 대차대조표(B/S) 효과 등을 통해 비교적 큰 폭의 실물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위기 형태별로 보면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 등 5개국은 갑작스런 외자 이탈이 발생한 다음연도에는 경제성장률이 무려 -7.7%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당시에도 터키 등 8개국은 -3.0%로 성장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갑작스런 외자 이탈이 발생한 2년차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도 정책 대응적인 측면에서 보면 의미 있는 현상이다. 결국은 코로나발 금융위기 발생 여부는 각국의 충분한 외화 보유에 달려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