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대응 방식이 경제 활동과 자유를 크게 제약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특히 진단 장비와 병상 등 검진 역량 부족으로 정부 공식 감염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앞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증가할 경우 봉쇄 정책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면 봉쇄책 당장은 효과적…지속가능성 의문"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은 애초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당국 발표로만 놓고 볼 때는 확산을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는 확산일로에 있지만, 중국에서는 최근 며칠 새 확진자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대응을 평가할 정도다.
이를 두고 중국은 6천만명에 이르는 후베이(湖北)성 주민 이동을 봉쇄하고 내국인과 외국인까지 수억명에 이동 제한을 가하며 엄격하게 격리·검역한 게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대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이제 바이러스에 뚫리기 시작한 국가들은 중국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감염자 통계에는 오류가 있거나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실제 상황은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되고, 공장이 가동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승객이 늘어날 때 바이러스 확산세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중국의 대규모 봉쇄 전략이 다른 나라에 적용될지도 의문이다. 중국 방식은 국민의 생활과 자유를 크게 억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방식을 고려 중인 국가에서는 강력한 통제책이 질병 자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NYT가 주장했다.
마이클 T. 오스터홈 미네소타 대학 감염병 연구·정책 센터장은 "중국 방식은 확실히 바이러스 확산을 떨어뜨리는 데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스터홈 박사는 "중국이 지금 달성한 게 무엇이라고 보느냐"며 "실제 코로나19를 막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억누르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 "영세 상인 현금 바닥"…경제생활 허용한 홍콩·싱가포르 모델 제시
중국식 접근을 고려하는 국가들은 중국 사회 곳곳이 어떻게 뒤바뀌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는 거의 정지 상태고, 영세 상인들은 곧 현금이 바닥날 지경이다.
중증 질환자들은 적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고, 일부는 결국 사망하기도 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6일 현재 베이징에서만 82만7천명이 격리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니퍼 누조 존스 홉킨스 보건안보센터 교수는 "그동안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누조 교수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 지역은 검역 대상자를 선정하되 직장을 전면적으로 폐쇄하지 않음으로써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고 있으며 현재까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누조 박사의 설명이다.
◇ 정부 감염 통계 의문…"재확산시 봉쇄정책 무의미"
중국은 바이러스 감염자 통계 수치를 중요시하지만, 공식 발표의 진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사태 초기 진단 장비와 병상이 부족해 검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최근 몇 주간 정부가 감염자 기준을 변경하면서 통계 수치가 널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경증 환자를 포함해 검진 범위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실제 확산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강력 봉쇄 정책 이후 후베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고립이 장기화하면서 직업을 잃고 그 결과 대출금 상환도 못 하거나 식량 부족에 대한 호소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됨에 따라 가족 간에 신체적 학대 사례가 신고되기도 하지만 격리 정책 때문에 집을 떠날 수도 없고 도움이 받기 어려운 상태다.
한편 중국 당국은 후베이 이외의 지역에서 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지방 정부는 감염자 숫자를 줄이는 데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공장 가동이 원상태를 복구한 것처럼 전기 사용량을 거짓 보고한 사례도 보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추세나 경증 환자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전히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될 경우 중국의 봉쇄 정책이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중국에서) 감염자 숫자가 줄고 있다고 해서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감염자 통계가 '0'명이라고 해서 곧 다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