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실상 펜데믹 진입"…미·유럽·중동 동시다발 확산

입력 2020-03-08 14:29
수정 2020-03-08 14: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각각 이란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중동과 유럽에서 창궐하고, 미국 전역에서는 동시다발로 사망자·감염자가 나오며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될 조짐이다.

7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서 확산하며 사실상 '대유행(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워싱턴D.C. 서 첫 '양성' 보고…뉴욕주, 비상사태 선포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는 31개 주(州)로 번지며 급속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부 워싱턴주에서 2명이 추가로 숨져 사망자가 모두 19명으로 늘었고, 전체 감염자는 440명을 돌파했다.

태평양 연안의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물론이고,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양성 추정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는 등 동부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했다.

양성 추정 환자는 주나 카운티, 시 단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CDC로부터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은 단계를 가리킨다.

워싱턴D.C.의 첫 환자는 이 지역 50대 남성으로 감염지역 여행이나 감염자와의 접촉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의심된다.

워싱턴D.C 권역에 해당하는 인접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아에서는 미군 해병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확진자가 89명으로 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워싱턴주에서는 사망자가 16명, 감염자가 103명으로 늘어나며 위기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박한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도 21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당국은 승객과 승무원 3천533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달 27일부터 나흘 동안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대규모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가자 1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슈퍼 전파' 사례가 될지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남미 대륙 첫 사망자가 나왔다.



◇ 이탈리아 북부 3분의 1 '봉쇄'…식당·카페 '1m 거리두기' 시행

7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 전국 누적 확진자 수는 5천883명으로 전날 대비 무려 1천247명(26.9%) 증가했다. 이탈리아에서 신규 확진자수가 1천명을 넘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누적 사망자수는 전날 대비 36명 증가한 233명으로, 중국 밖에서 가장 많다.

무서운 확산세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경제·금융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주에서 모데나, 파르마, 피아첸차, 파도바, 트레비소 등 11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존'으로 지정, 봉쇄령을 내렸다.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에 드나들지 못하며, 해당 지역 주민 역시 정부 허가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레에 따르면 새 행정명령에 따라 확대된 레드존, 즉 봉쇄령 대상 인구는 롬바르디아주에서 1천만명에 이른다.

나이트클럽, 헬스클럽, 수영장, 박물관, 스키 리조트급 등은 폐쇄되고, 식당과 카페에서는 이용자 간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이번 조처로 레드존의 넓이는 북부 전체 약 3분의 1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BBC는 레드존 확대로 이동에 통제를 당하는 이탈리아 인구가 현재의 5만명에서 1천6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걸렸다"며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공개했다.



◇ 중동 확진자 6천명 넘어

중동 각국 보건 당국의 발표를 종합하면 중동 13개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천218명으로 전날에 비해 1천155명(22.8%) 증가했다.

중동에서 가장 감염 피해가 심각한 이란은 이날 사망자가 21명 추가돼 모두 145명이 숨졌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에 걸려 5일 혼수상태에 빠진 테헤란 지역구의 유력 여성 의원 파테메 라흐바르가 이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을 오가는 크루즈선 '리버 아누켓'호의 이집트인 승무원 12명이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7일 승객 등 탑승자 33명이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이집트 보건부는 이 배를 남부 룩소르에 정박하도록 한 뒤 관광객 101명과 승무원 70명을 선상 격리하고 검사를 실시해 이집트인과 외국인 각각 14명과 19명이 추가로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 WHO "전 세계 확진자 10만명 넘어…중국 밖에서 2만1천여명"

7일 오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WHO는 각국의 보고를 취합해 일일 보고서를 발표하므로 각국 통계를 합산한 외신 보도와 WHO 발표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CNN 등 외신은 앞서 6일 전 세계 확진자가 10만명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WHO 집계에 따르면 7일 오전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10만1천827명이며, 이 가운데 2만1천110명이 중국 밖 환자라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총 94개국이 환자 발생을 보고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대유행이란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창궐하는 상태를 뜻한다.

WHO는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정책센터의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지금이 대유행 단계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며 "WHO가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에든버러대학의 데비 스리다르 교수(국제공중보건학)도 현재 코로나19 확산은 대유행의 모든 정의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다만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에서는 진정 기미가 완연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7일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명, 사망자는 27명이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통계를 발표한 이래 신규 확진자가 50명 아래로 떨어지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