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 은행 "연기해달라"…금감원 "지켜보겠다"

입력 2020-03-06 12:23
수정 2020-03-06 12:27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키코 배상(분쟁조정안) 권고를 받은 은행들이 수락 기한을 세번째 연기 신청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최근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해 수락 기한 연장을 금감원에 요청했으며 오늘(6일) 이사회를 여는 신한은행 역시 재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재연장 요청을 수용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이 필요한 만큼 한달 간 시간을 더 줄 것"이라며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일성하이스코 등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6개 은행(신한·산업·우리·씨티·하나·대구)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또, 나머지 147개 피해 기업에는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난달 배상을 마쳤고, KDB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씨티은행은 일성하이스코를 제외한 자율조정 피해 기업들에 한해 배상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이 키코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배상을 권고했지만, 은행들은 과거 대법원 판결이 난데다 민법상 청구권 시효가 소멸돼 기업 배상시 배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시중은행들은 당국 눈치를 보며 배상 권고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DLF, 라임 사태에 대한 은행 징계가 남아 있고, 금감원에 찍히면 표적검사 우려가 있다"며 "법적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 "키코는 사기"라고 밝힌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하자 마자 11년 만에 키코 재조사를 지시했고,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키코 배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세차례나 은행들의 요구를 수용한 점은 법적문제를 알고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관치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 숙원 사업이자 최대 과제인 만큼 답은 정해져 있다"며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키코 배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