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재벌 3세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하자 그 가족이 한국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의 의류 재벌인 로팅퐁(羅定邦)의 손녀인 보니 에비타 로의 남편인 대니 치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A의원과 이 의원 소속 의사 2명, 간호사 1명을 상대로 이날 홍콩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로팅퐁은 의류 브랜드 '보씨니'의 창업자로, 보니 에비타 로는 10년 전 남편과 결혼해 7살 아들을 뒀다. 그의 언니 퀴니 로는 지난 2015년 홍콩을 떠들썩하게 한 납치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소장에 따르면 로 씨는 35번째 생일을 맞은 것을 자축하기 위해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A의원에서 지난 1월 21일 지방 흡입과 유방 확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로 씨는 수술 도중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뒤척였고, 이에 수술하던 의사들은 진정제를 로 씨에게 추가 투입했다.
이후에도 로 씨의 산소 포화도(혈액 속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산소량의 최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자 의료진은 그를 급하게 대형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로 씨는 결국 사망했다.
이송을 위한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로 씨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소장은 주장했다.
로 씨의 사망으로 그가 상속받게 될 막대한 유산을 잃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남편 대니 치는 의료진에게 살인죄와 문서위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술 전 마취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테스트를 하지 않았고, 수술에 마취 전문의가 참여하지도 않은 데다, 환자의 서명이 필요한 수술 위험 고지서에 로 씨가 아닌 병원 측이 서명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홍콩성형외과협회 호츄밍 회장은 "로 씨의 죽음은 마취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나치거나 잘못된 마취제 투여는 기도(氣道)를 방해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소송 제기가 홍콩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인 라우카와는 "이번 성형수술에 홍콩인이나 홍콩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홍콩 법원이 한국인을 소환해 소송을 진행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이번에 홍콩에서 제기한 소송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에서 별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