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경선 본격 막 올랐다…트럼프 운명과 美 경제,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03-02 09:31


지난달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선거),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계기로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뽑기 위한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3월 3일 하루에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가장 많이 실시하는 ‘슈퍼 화요일’이 끝나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10년, 2020년대가 출발하는 첫 해 11월에 치러지는 46대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와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왔던 대내외 과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작년 7월 플로리다 출정식을 시작으로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샤이 트럼프(shy Trump·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에 나서면서 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임을 확신할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 대내외적으로 미국 국민의 표심을 잡을 만한 확실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은 집권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경제고통지수(MI·misery index)로 평가한다.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영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대선 결과를 미리 예측을 한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막판에 결정적인 한 방,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rise)가 필요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미국 대통령 선거 혹은 중간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여론조사 등에서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말한다.

‘슈거 하이(sugar high·정치 입문생에 대한 일시적 흥분 기대) 효과’가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주력해 왔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은 대선 직전까지 극적으로 완전히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다. 미국 국민은 북한의 핵실험 발사 등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2018년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이 말만 많고 구체적인 성과와 행동이 없는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어 표심에는 도움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때까지는 북한 문제를 뒷전에 물린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중동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버팀목은 경기와 증시다. 성장률로 놓고 본다면 1990년대 ‘부시-클린턴 성장국면’을 뛰어 넘는 전후 최장의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연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정책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미국 경제가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은 대선에 막판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상징은 감세와 재정지출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확대돼 왔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는 기업인과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계층 간 소득 불균형도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정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대선에 다가갈수록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놓고 벌리는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 치러진 중간선거 직전에 금리를 올리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자세에서 이제는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대놓고 외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과 원유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재정 수입과 아람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감산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작년 12월 OPEC 플러스 회의에서 하루 원유감산규모를 170만 배럴로 끌어 올리고 감산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OPEC 플러스 회원국의 원유 감산으로 유가가 급등한다면 연임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가솔린 가격이 올라가면 대통령은 선거에서 불리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유가 수준이 2016년 2월에 기록했던 26달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파리 신파리 기후협약 불참. 중국과의 무역전쟁 결과, 북한과의 정상회담 향방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 케어와 도드-프랭크 법(단일금융법이라고도 부른다)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계기로 다크호스로 떠오른 피터 부티지지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가 4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경제정책 방향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버니 샌더스가 당선된다면 법인세와 부유세 인상 등을 통해 계층 간 불균형을 줄이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6대 대선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집권 1기 때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를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는 오바마 정부가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국제 위상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글로벌 이익과 자국 이익 간 상충될 때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집권 2기 때도 통상정책은 보호주의로 흐를 것으로 보이지만 1기 때와 달리 국가별로 차별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완성도롤 높여 나갈 가능성이 높다.

집권 2기 때도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권 1기 때는 중국 간 마찰 수위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등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이 때문에 외환정책은 무역정책과 보조를 낮춰 ‘이원적 전략(two track strategy)’을 추진해 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국가의 통화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 놓겠지만 대미국 흑자국 통화에 대해서는 평가절상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할 중국과의 통화마찰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마찰을 가격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국제간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제2 플라자 협정과 같은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에 달려있다. 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절상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대폭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대규모 자본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정책은 뉴딜과 감세,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폭락할 경우 의도되지 않는 달러화 강세로 심한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묵시적인 위안화 평가절상을 도모하는 ‘상하이 밀약설’ 차원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과제가 가장 적합하다. 집권 2기 때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선호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에는 1930년대식 ‘트럼프판 뉴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도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normal zone)’,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abnormal zone)’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정책은 저소득 백인층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던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4차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에 확정된 ‘2020 회계연도 예산’에서는 4차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칙을 재확인했다.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은 미래 부(富)의 주도권 확보에 귀결되기 때문이다.

증시는 불확실성과 비체계적 위험을 가장 싫어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속에서도 월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집권 2기 때는 다르다. 공화당은 ‘친기업·친증시·친월가’ 기조가 전통이다. 집권 2기 때에는 그동안 미뤄뒀던 월가의 최대 장애요인인 ‘도드-프랭크’법, 그 중에서 ‘볼커 룰’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