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입국때도 의료검사"…한국·이탈리아 대상

입력 2020-03-02 07: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고위험 국가 및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출국 시에 더해 미국 입국 후에도 의료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전날 대구 등 한국과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로 격상하면서 언급한 의료검사 강화 방침의 후속 실행조치인 셈이어서 한국, 이탈리아 등이 그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높은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정된 국가 또는 이들 국가 내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들에 대해 탑승 전 의료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더해 이들은 미국에 도착했을 때 역시 의료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국 제한이라는 초강수는 당장 꺼내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 금지'와 출·입국 시 '이중 의료검사' 실시를 양대 축으로 자국민의 안전과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여행자들을 상대로 발열 검사 및 건강상태 문진 등 의료 관련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개인들의 의료 검사를 조율하기 위해 동맹인 양국과 협력하라고 국무부에 지시했다면서 한국과 이탈리아발 여행객에 대한 의료검사 강화를 주문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고위험 국가 또는 지역은 한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대구를 비롯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여행금지 경보 발령 지역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날 한국의 경우 대구에 한해 국무부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격상하면서 한국 자체에 대한 여행경보는 3단계 '여행 재고'를 유지한 바 있다.

이탈리아 역시 국가 전체에 대해서는 3단계인 '여행 재고'가 유지된 가운데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이 여행 금지 대상으로 공지됐다.

앞서 정부는 미국의 입국 제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들이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코로나19 증상 확인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국시간으로 3월 1일 밝힌 바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항공사들이 미주 노선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상태와 발열 체크를 더 체계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8일부터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들을 상대로 탑승 전 공항에서 실시하던 발열 검사 및 건강 상태 문진 등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과 관련,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 내 주요 공항에서 이날 오후 현재 추가적인 의료검사가 진행 중인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한국 정부 측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하며 추가 조치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의 한 인사는 "출국 전 의료검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데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코리아 모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이 좋은 평가를 하는 상황"이라며 "출국 전 의료검사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입국 제한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를 보다 안심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모닝 퓨처스'와의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여행금지 조치를 묻는 질문에 "중국에 대해선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그 권한을 사용해 모든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면서 "14일 이내에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미국 국경에서 입국이 차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대해 미국인들의 여행금지를 권유하는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하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진행자가 "한국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로 차량에서 진단하고, 중국은 자택에서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미국의 진단키트 부족 상황을 지적하자, 펜스 부통령은 "우리도 상당한 규모로 진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펜스 부통령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이탈리아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전면 제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들 국가의 발병은 각국의 특정 구역에 국한돼(isolated) 있다"고 답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국무부는 미국행 방문객들을 검진하는 것에 대해 이들 2개국 당국자들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금지'로 격상했다. 국무부는 웹사이트에 4단계 경보지역으로 대구를 특정했다. 다만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자체는 3단계로 유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