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마련된 상생법 개정안이 오히려 중소기업들에게 독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습니다.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법은 없는지 신용훈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기술 탈취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상생협력법 개정안
개정안은 대기업이 기존에 중소기업 한테 납품받던 것과 유사한 물품을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제3자에게 제조를 위탁한 경우 기술을 유용했다고 추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술을 유용한 것이 아니라는 입증책임은 대기업에 있고, 조사와 처벌은 분쟁조정 신청 없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강화됐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유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기업간 협력을 가로막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위탁기업(대기업)이 사실상 중소기업을 고르겠어요 안 고를 것 같아요 차라리 내가 생산하거나 외국기업하고 연결을 하겠죠. 수탁기업을 돕겠다는 것이 수탁기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그런 결과가 될 것이고..."
기술관련 분쟁이나 납품 계약 변경이 어려운 점을 우려해 대기업들이 국내 벤처와 중소기업들 대신 해외업체와의 거래를 선호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하도급법과 중소기업기술보호지원법에는 하도급 업체의 핵심기술을 유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중복규제 소지도 있습니다.
또, 개념이 모호한 기술자료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전삼현 숭실대 교수
"형사문제에서 기술유용이라고 하는 것이 애매하거든요. 애매한 것을 가지고 형사처벌하는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가운데서도 제일 중요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습니다."
기술유용 입증책임을 하도급법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고 있는데 상생법에서는 기업이 지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됩니다.
결국 지나친 규제에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꺼리고, 중소기업은 애써 일군 기술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대기업은 가해자, 중소기업은 피해자라는 2분법적 논리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좀먹는 악수가 되고 있는 현실.
전문가들은 이중 삼중의 규제 대신 기술 거래소나 M&A활성화 등을 통해 기술 이전을 활성화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 입니다.
[사진]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상생협력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권태신 한경연 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희문 중견기업연합회 총괄상무, 양준모 연세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권태신 한경연 원장,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강영기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