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의 후폭풍이 이어지자 첫 사과 발언을 내놓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내정자 자격으로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고 당 지도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 전 총리는 17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기자들에게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하겠다.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개인적인 차원의 사과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사람으로서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고발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이 전 총리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의 별도 사과 발언은 없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임 교수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겸손한 자세로 민생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 투쟁한 정당"이라며 "임 교수의 성명이 아프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라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공감하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던 임 교수는 이 전 총리의 사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민주당 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촛불혁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 "더 이상 이 문제로 시끄럽지 않기를 바란다"며 "더 많은 의견을 듣고 더 많은 비판을 수용했을 때 민주당이 좀 더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는 취지의 칼럼을 쓴 임 교수와 해당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에 떠밀려 고발을 취하했다.
당내에서도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선 임 교수의 칼럼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히 터져 나왔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당 의원으로서 좀 송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여당이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우상호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임 교수 칼럼에 대해 "졸렬한 내용이 꽤 있다"라며 "'민주당만 빼고 다 찍어라' 이런 칼럼이 과연 정상적인 칼럼이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적하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강도나 비난의 초점이 지나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