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말 라엄 펀드 실사 중간 결과 발표로 라임 펀드 투자자들이 조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단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금융당국의 대책,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기 적절하단 안도보단 급조한 티가 역력하단 지적이 우세한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라임 펀드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입니다.
<기자>
환매 연기된 라임펀드 3개 중에 2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가 끝났고 라임자산운용과 금융감독원도 이에 대한 내용을 공개 했었는데요.
손실률이 절반을 넘고 TRS(총주식스와프) 계약에 따라 일부 증권사에 대출금 등을 넘기면 투자자의 계좌는 깡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번 피해가 라임펀드 투자자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앞서 불거진 DLF(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겹쳐 확산되고 있는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은 모험자본 육성 등 순기능을 제한한단 점에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풍선 효과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 중에서 내용이 복잡하고 라임펀드에 투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남 일이라고 수수방관할 건 아니란 지적입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대책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과 라임 펀드에 대한 향후 대응도 발표했는데요.
7개월 만에 다소 뒷북이란 비난에도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환매 연기에 주 요인으로 꼽히는 개방형 펀드의 비유동성 자산 비율에 대한 규제를 더욱 깐깐하게 하는 게 골자인데,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비율 기준을 정해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제재를 가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우려감이 팽배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계기업 관련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자금조달 등 메자닌(mezzanine) 시장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아 문제가 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코스닥 상장사 중 상당수가 유사한 CB, BW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 만기 상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몇 군 데 기업 공시만 살펴봐도 이런 자금 조달이 수두룩한데요.
건전한 기업도 불안한데, 한계기업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그리고 이를 타깃으로 하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불확실성도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고, 최근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소부장 펀드 등 정부 주도 시장 자금 정책을 볼 때 투자자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됩니다.
부랴부랴 프라임브로커업무(PBS)를 하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6개 증권사가 메자닌 유동성을 위해 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더불어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를 내세우다, 이번 사태로 노선이 바뀌다 보니 혼선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빈틈에 대한 지적이 이 뿐만이 아닌데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것 중에 개방형 펀드에 대한 비유동성 비율을 제한하는 안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개방형 펀드는 쉽게 설명하면 폐쇄형 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펀드인데, 논란이 된 라임 펀드는 개방형 펀드로 환매 청구가 들어왔을 때, 자산을 돌려줄 돈으로 바로 바꿀 수 없어 문제가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금융위는 유동화 하기 힘든 자산, 즉 비유동성 자산 비율은 50% 아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50%는 잠정적이기는 하나,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사모펀드의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기준 사모펀드 설정 액 중 비유동성 비율이 53%라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앵커>
그런데, 비유동성 비율을 정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반발은 없나요?
<기자>
금융당국이 이번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서 영국을 주로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국 금융감독청(FCA)에서 비유동성 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지난해 내놨습니다.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소매 개방형 펀드가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와 판매 등을 중단하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는 따로 비율을 정해 놓진 않았단 겁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업계가 위험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는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면 중간 규모 이하의 운용사의 경우, 문을 닫을 정도로 부담일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물론 투명성 강화를 위한 옥석 가리기를 필요하지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규제가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기자>
운용사는 관련 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판매사는 이런 운용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을 맡기기로 한 것 역시 엇박자란 지적이 나옵니다.
DLF 사태 등에서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이 운용사에 펀드 관련 지시를 하는 소위, 주문자생산방식(OEM) 펀드 여부가 부각됐는데요.
금융당국은 판매사가 원하는 상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금지를 하고 있고 이를 더 촘촘하게 관리하기로 해 판매사와 운용사 사이에 정보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판매사가 운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하니 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선 이번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단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를 포함해 운용사와 판매사 등 업계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라임 사태 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몇 년 간 금융당국의 관리가 부족했단 점에 대한 반성과 대안은 있는지 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불법 행위와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와 은폐 등을 한 것을 파악했음에도 경고를 미리 하지 못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의 대책을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환영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사모펀드 활성화냐, 규제 강화냐를 두고 갈팡질팡하기 보다, 묘수를 찾기 위한 금융당국의 혜안이 필요하단 설명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