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열사 21개 신고 누락"…공정위, 네이버 이해진 검찰 고발

입력 2020-02-16 15:15


자신 지분이 100%인 회사를 포함해 수십 개 계열사를 공정거래위원회 보고 자료에서 빠뜨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동일인(총수·한 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인 이 GIO가 2015년, 2017년, 2018년에 걸쳐 본인·친족,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회사 등 21개 계열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데 대해 경고와 함께 이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지정자료는 해마다 공정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그룹)의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를 말한다.

2017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네이버가 지정 전후로 공정위에 계열사가 대거 누락된 허위 자료를 제출해 혼란을 빚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GIO는 2015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빠뜨렸다.



누락 회사에는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한회사 지음, 이 GIO의 4촌이 지분 50%를 보유한 ㈜화음, 네이버가 직접 출자한 ㈜와이티엔플러스(네이버 지분 50%), 라인프렌즈㈜(라인 지분 100%) 등이 포함됐다.

라인(LINE Corp.)은 네이버가 79%의 지분을 가진 해외계열사로, 공정거래법 시행령(제3조 제1호 라목)에 따라 '동일인(이해진) 관련자'에 해당한다.

이 GIO는 네이버가 100% 출자·설립한 비영리법인(재단법인 네이버문화재단·커넥트)의 임원이 보유한 16개 회사도 지정자료에 넣지 않았다.

누락 계열사 16개는 ㈜더작은, ㈜프라이머시즌3, 유한회사 이니코프, ㈜인앤시스템, ㈜에버영코리아, ㈜디엔컴퍼니, ㈜블루넷, ㈜인성티에스에스, 유한회사 아이스콘, ㈜엠서클, ㈜뉴트리케어, ㈜시지바이오, ㈜유와이즈원, ㈜이지메디컴, ㈜바이오에이지, ㈜)바이오알파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제3조 제1호)에 의거해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이들 16개 회사도 네이버의 계열회사에 해당하지만, 제대로 공정위에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이런 2015년도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고강도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이 GIO가 지정자료의 표지와 확인서에 '개인 인감'을 날인한 만큼 지정자료 제출 사실과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 GIO 자신이 100% 지분율 보유한 회사, 친족 소유 회사 등의 경우 쉽게 계열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GIO의 책임이 가볍지 않고,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이런 고의적 누락이 이 GIO의 네이버 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네이버 기업집단은 지난 2017년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동시에 공식적으로 이 GIO가 실질적 지배자인 동일인으로 확정됐지만, 이에 앞서 네이버는 계속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미 2015년 당시에도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이해진 씨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고 그를 중심으로 계열사 등을 파악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따지고 있었다"며 "네이버 측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 이해진 씨 개인 명의로 지정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때까지도 네이버 내부에는 네이버 법인의 동일인 지정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었고, 이 씨 소유의 회사 등을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행위의 의도가 그런 사내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제67조 제7호)에 규정된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에 대한 벌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이 GIO는 2017년과 2018년에도 네이버의 100% 출자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커넥트(IT교육 업체)의 임원이 보유한 8개 회사를 지정자료에서 빠뜨렸다. ㈜엠서클, ㈜뉴트리케어, ㈜시지바이오, ㈜유와이즈원, ㈜이지메디컴, ㈜바이오에이지, ㈜바이오알파, ㈜디더블유메디팜이 누락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두 해의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만 취했다.

정 과장은 "정확한 지정자료는 자율적 시장감시 제도의 기초로서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공시대상기업 지정 전 허위자료 제출 행위도 엄정히 제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고발 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당시(2015년) 자산 규모 등으로 미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제출 자료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회사 임원들에게 일일이 물어 지분 보유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자료를 제출한 실무진의 판단 실수도 겹쳤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일부러 계열사를 누락할 의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