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우한교민 173명 무사 퇴소…'숨은 주역들' 헌신 빛났다

입력 2020-02-15 17:37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중국 우한 교민 173명이 14일간의 힘겨운 격리 생활을 마치고 15일 전원 무사히 퇴소할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덕분이다.

7개 중앙부처(행안부, 복지부,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 경찰청, 소방청) 공무원 29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지원단은 우한 교민들이 진천 인재개발원 기숙사에 입소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퇴소 때까지 교민들과 동고동락하며 24시간 이들을 돌봤다.

심한 입덧을 호소하는 임신부 교민이 원격 진료와 심리 상담을 받도록 도왔고 한밤중에도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이는 교민이 생기면 신속히 검체 검사를 받도록 조처했다.

어린이 장난감 등 교민들이 원하는 물품도 알뜰히 챙겼다. 교민들은 인재개발원을 떠나면서 "잘 보살펴줘 감사하다"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진천군과 음성군은 교민들이 입소한 지난달 31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24시간 가동하며 교민 지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 대책을 마련, 시행했다.



인재개발원 앞에 현장 상황실을 설치, 진천군과 음성군 공무원 각 1명씩 2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했다.

정문 앞 방역 초소도 공무원 2명과 주민 2명이 24시간 지켰다.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이들은 인재개발원을 드나드는 차량을 꼼꼼하게 소독했다.

진천 덕산읍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 87명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들은 교민 수용으로 불안해하는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나눠주느라 백방으로 뛰었다.

6천여 가구 아파트와 단독 주택을 일일이 돌았고 낮에 집을 비운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밤늦도록 발품을 파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천군보건소는 선별진료소를 운영, 코로나19 의심 증세 주민들을 꼼꼼히 검사했다.

금단 증세를 호소하는 40명의 흡연 교민이 14일간 철저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는 데 착안, 이번 기회에 담배를 아예 끊도록 돕는 일도 했다.

이들이 요청한 금단 증세 완화 보조제뿐 아니라 금연 껌과 비타민 사탕, 구강 청결제, 금연 안내서를 담은 '금연 키트'도 제공했다.



충주 소재 방역업체인 BK글로벌은 지난달 31일부터 인재개발원이 있는 충북혁신도시 내 16개 어린이집을 매일 무료 소독, 원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덜어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날 떠난 우한 교민은 물론 진천 주민 가운데서도 코로나19 확진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빛나지 않은 곳에서 주어진 소임을 다한 공무원들과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우한 교민들이 편안하게 지내다 무사히 돌아갔다"며 "'생거(生居) 진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진천군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