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죽었다"…우한 실태 고발 中 시민기자 또 실종

입력 2020-02-15 16:14
수정 2020-02-15 16: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현장 실태를 영상으로 고발해온 시민기자가 또 실종됐다.

중국 당국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의 검열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한에서 활동하던 시민기자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천추스에 이어 지역 의류판매업자인 팡빈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우한의 병원 밖에 늘어선 긴 줄, 쇠약해진 환자들, 괴로워하는 친척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찍은 영상 수십 편을 올린 뒤 실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보도해 이미 시민기자로 명성이 높았던 천추스와 달리 팡빈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류업자에 불과했다. 이전까지 그의 유튜브 계정은 대부분 중국 전통의상에 관한 영상으로 채워졌다.

그랬던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베이지색 승합차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가 8개 놓인 것을 포착한 40분짜리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졌다. 그는 당시 영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괴로워했다.

그의 영상은 자막을 넣는 등 잘 편집한 천추스의 비디오에 비해 매끄럽진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저항적으로 바뀌는 모습은 천추스와 비슷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 2일 영상에서 팡빈은 당국이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하고 시신 포대 영상을 찍은 경위를 심문했다고 했다. 4일에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겠다며 찾아와 집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을 촬영했는데, 그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그들은 그의 집문을 부쉈다.

9일 찍은 마지막 영상들에서 그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를 던졌다. NYT에 따르면 한 영상에서 팡빈은 자신이 사복경찰들에 둘러싸였다면서 "권력욕", "독재" 등을 맹비난했다. 이어 12초에 불과한 최후의 영상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 권력을 돌려주라"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보였다.

천추스와 팡빈의 영상 저널리즘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일반 중국인들 사이의 불만을 나타내는 징후이지만, 이들의 실종은 집권 공산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음을 잘 보여준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일 "신종코로나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수호자'(CHRD)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350명 이상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유튜브 캡처, AP/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