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현지교민 "코로나19, 사스보다 무섭다…저금리 융자라도"

입력 2020-02-13 19: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남아 있는 한국 교민이, 질병 감염 걱정뿐만 아니라 생계 상의 막막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한에 남아있는 교민 이상갑(65) 씨는 "가게 운영 등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 잠을 이룰 수 없다"면서 "정부에서 저금리 대출 지원이라도 해줘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3차례 운행된 전세기를 통해 800여명의 교민과 가족이 한국행을 택했지만, 아직 우한과 그 주변 지역에는 100여명의 교민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한에서 9년째 한식당을 운영해온 이씨 가족의 경우 아내와 아들 부부, 손녀딸 등 5명이 현지에 남기로 했다.

그는 "중국 생활이 25년째이고 터전이 여기에 있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 귀국하라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가면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서 현지에서 이겨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300%나 올라 어렵게 견뎌왔다"면서 "새해 더 노력하려고 마음먹고 영업을 준비했지만, 지난달 23일 우한이 봉쇄되고 교통이 통제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영업을 하려고 준비해뒀던 식자재를 눈물을 머금고 사흘에 한 번씩 버리기를 3주 동안이나 반복했다"면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베이징(北京)에서 겪었던 이 씨는 그때처럼 기온이 올라야 사태가 진정되고, 이후에도 사람들의 소비가 정상화되려면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식당 임대료와 직원 월급, 대출금 상환, 세금 및 생활비 등으로 매월 약 2천만원 가까이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빨라도 상반기 영업은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짧게는 5개월, 길면 7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한에 남아있는 교민과 중소업체, 자영업자들에게 국가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공짜가 아니라, 저금리 융자라도 가능해져 살아갈 기틀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금융지원을 한다고 들었다"면서 "우리도 같은 국민이고, 우한에서 직접 상황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우한의 상황에 대해 "베이징에서 겪었던 사스 때는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무섭다"면서 "25년간의 중국 생활 중 제일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11일까지만 해도 집 밖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 있었지만, 12일부터는 사흘에 한 번 가구당 한 사람씩만 나가 먹거리를 사 올 수 있게 되는 등 통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매일 몇동에 환자가 발생했는지 알려준다. (동마다) 거의 다 환자가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또 "관리사무소에서 가정마다 전화로 체온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봉쇄 이후 20일 넘게 지나면서, 소규모 동네슈퍼의 경우 물건이 없어 마실 물을 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남은 교민들끼리 서로 얘기하고 격려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가게 영업을 위해 준비해뒀던 김치를 교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면서 "건강해야 버틸 수 있으니 집에서나마 꾸준히 운동하면서 이겨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