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발생한 5건의 ESS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결과에 배터리 업계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습니다.
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상반된 해석이 나오면서 ESS 생태계 복원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송민화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가 구성한 2차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라고 결론 내린 곳은 조사 대상 5곳 가운데 4곳.
이중 충남 예산과 경북 군위 사이트에는 LG화학 배터리가 쓰였고, 강원 평창과 경남 김해 지역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적용했습니다.
먼저, LG화학 배터리가 쓰인 예산과 군위의 경우 용융 흔적을 두고 정부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LG화학 측은 외부 화재가 배터리로 옮기면서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내부발화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배터리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음극활물질에서 돌기 현상이 발생한 것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조사단은 사고사업장의 배터리의 음극활물질에 돌기가 형성된 것을 발화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LG화학 측은 음극판과 분리막 사이 이물이 존재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물은 음극재 성분인 흑연계 물질로, 분리막을 관통해 화재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삼성SDI 측과 정부의 이견도 잇달았습니다.
정부 조사단은 평창 사이트의 경우 "배터리 충전율이 89.8%에서 100%로 급상승하거나 8.4%에서 0%로 급격히 떨어진 이력을 발견하고 이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삼성SDI는 오히려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한 개의 배터리 셀 이라도 먼저 상한전압이나 하한전압에 도달할 경우 배터리 충전율 표시 값을 100%나 0%로 강제적으로 변환한다”면서, 이는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해 사이트의 경우 “배터리 간 전압편차가 130mV 가량 발생해 불이 났다”는 조사단의 발표에 “전압 편차가 발생하더라도 충전율이 ‘제로’일 때 화재가 발생할 수 없고, 회사가 확보한 1200mV 마진 범위 안에 있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처럼 정부 발표에 대해 배터리 업계가 적극적으로 반론에 나선 건 이번 결과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사는 화재 사업주에 대한 보상이나 충당금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6천억 원 가량을 쏟아 부은 상황.
배터리 업계는 올해 악재가 걷힐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결과로 추가 리콜 조치나 해외 수주 제한과 같은 악재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ESS 생태계 복원에 ‘진통’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