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3월 주총 격돌 예고…'전운고조'

입력 2020-02-10 11:09
수정 2020-02-10 10:58
<앵커>

한진그룹 사태를 비롯해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에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행동주의가 고조되는 분위기 인데요.

이런 가운데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기관투자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증권부 정희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공모펀드 운용사들 가운데서는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5일 넥센, 키스코홀딩스, 세방 등 세 기업에 대한 지분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1일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분 5%이상을 보유한 주체가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범위내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자로 변경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밸류운용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밸류운용은 이들 기업에 대해 보유목적을 변경한 이후에 곧장 주주서한을 발송한 상태입니다.

넥센에 대해서는 M&A나 자체사업 검토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하라는 주주서한을,

세방과 KISCO홀딩스에는 배당성향 제고와 자사주매입이나 소각과 같은 자사주 활용방안을 요구했습니다.

세 회사 모두 밸류운용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인 만큼 이 같은 요청사항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얼만큼 반영될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공모펀드 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군요.

다른 공모운용사들은 어떤가요?

<기자>

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운용중인 KB자산운용역시 몇몇 기업들에 대해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공시 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요.

KB운용역시 지난 5일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골프존, KMH, 컴투스, 에스엠 등 여섯 개 기업에 대해 주식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습니다.

여섯 개 기업 모두 KB운용측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난 2018년 이래 꾸준히 주주서한을 보내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던 상황입니다.

변경공시 이후 아직 추가 주주서한을 보내거나 주주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내왔던 주주서한 내용 들을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SM의 경우 지난해 KB운용이 보냈던 주주서한 내용인 30%대 배당성향, 라이크기획 합병, 본업과 관련이 적은 적자 자회사 청산 등에 대해 사실상 모두 거절의사를 표명했었는데요.

SM에 대한 주주제안 시한은 오는 14일까지로 나흘정도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SM을 향한 KB운용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주주행동주의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큰 손이 또 있죠.

올해부터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선언한 국민연금은 어떤가요?

<기자>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삼성, 현대차, SK, 대한항공 등 총 56개 주요 대기업과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주식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습니다.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313개니까 보유 기업의 18%에 달하는 기업을 향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일반보유목적 변경 공시 대상 기업 가운데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이 올해 주주총회 주요 타깃으로 삼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포함돼 있는데요.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대림산업을 대상으로는 이해욱회장 연임안 반대의결권 행사와 횡령, 배임 이사의 이사직 상실을 담은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독립적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당장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의 주주제안 마감시한은 지난 7일까지였는데요.

주주제안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은 불가능해 졌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국민연금에게 남아있는 주주활동 카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 부분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주주제안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주주활동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나 주주서한 발송입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의결권행사나 주주서한 발송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수탁자책임위원회 구성에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 있는데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짓고 향후 주주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수책위 구성만 마무리 된다면 삼성물산이나 대림산업 뿐 아니라 보유기업 전체에 대해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 주주활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국민연금의 지분보유기업 가운데 이번 주주총회에서 격돌이 예고되는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등 기업들도 담겨있어 향후 국민연금 수책위의 행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발표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시주총 소집을 통한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임시주총 소집 등을 통한 국민연금의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합을 맺고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과 격돌이 예고된 KCGI의 상황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KCGI는 지난달 31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그룹과 연합체계를 구축해 한진칼에 조원태 회장을 대신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예고한 바 있는데요.

KCGI측은 연합체계 구축을 발표한 이후 오늘까지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오늘까지 후보추천을 마무리 짓고 최종 주주제안 내용 등을 추가 논의해 한진칼 주주제안 마감시한인 오는 14일 이전까지 구체적인 안건을 한진칼 이사회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앞서 조원태 회장측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비주력 사업 매각을 비롯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양측의 지분차이가 미미한 만큼 이번 다른 주주들이 어느쪽 안건에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입니다.

<앵커>

네. 증권부 정희형기자와 얘기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