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 '기생충'이 뒤집을 수도"…이변 일어날까

입력 2020-02-08 21:04


뉴욕타임스(NYT)가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작품상 등의 주요 수상 후보로 예상했다.

NYT는 특히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일단 작품상으로 유력하지만 '기생충'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의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먼저 유력 작품상 후보에 1인칭 시점으로 전쟁을 다룬 멘데스 감독의 '1917'을 꼽았다.

뷰캐넌은 앞서 '1917'이 미국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뿐만 아니라 오스카상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 불리는 DGA(미국감독조합)상과 영화제작자조합(PGA)상 등을 연이어 거머쥐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1917'이 지난해 12월 말에야 개봉했지만 6주 만에 큰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수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국제영화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3년 전 아카데미에서 슬럼가의 흑인 이야기를 다룬 '문라이트'가 백인 예술가들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꺾었던 것처럼 "'기생충'이 '1917'을 누르고 예상 밖의 작품상 수상을 해낼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생충'이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할 경우 '백인 일색의 편협한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된다는 점도 시상 평가위원들의 고려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생충'이 배우조합(SAG) 최고상인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관전 포인트로 선정했다.



NYT는 감독상에서도 '1917'의 멘데스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2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뷰캐넌은 멘데스 감독을 유력 후보로 선정했지만, 만약 '1917'이 작품상을 받는다면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품상과 감독상을 '1917'과 '기생충'이 각각 나누어 가질 경우, 주로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이 감독상을 받아 온 관례에 따라 '1917'이 상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봤다.

그간 '기생충'의 수상이 유력시되던 국제영화상과 더불어 각본상에서도 '기생충'이 예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NYT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이 "가장 예견된 결론 중 하나"라며 한국에 첫 오스카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영화상 부문에서 '기생충'에 투표한 이들이 작품상에서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밝혔다.

또 각본상 후보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미 2차례 각본상을 받은 바 있고, '1917'도 이 부문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이 이를 수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편집상과 미술상에서도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점쳤다.

뷰캐넌은 '기생충'에서 여러 등장인물을 따라 점점 긴장감을 더하는, 능수능란한 시퀀스에 주목한다면서 편집상 수상이 곧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질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생충'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초현대적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면서 미술상 수상이 유력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수상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