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논란 끝 '거리의 만찬2' 하차…원점 논의

입력 2020-02-06 21:56


여성의 시선으로 시사 이슈를 풀어내는 KBS 2TV 시사교양 '거리의 만찬' 차기 MC로 내정된 시사평론가 겸 방송인 김용민이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시작도 전에 자진 하차했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6일 입장을 내고 "김용민이 자진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제작진도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전날까지만 해도 오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MC 발탁 배경을 설명하겠다고 입장이었지만, 하루 만에 이를 뒤바꾼 셈이 됐다.

제작진은 MC 교체 배경에 대해 "시청률 경쟁을 비롯한 대내외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오랜 고심 끝에 자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했다"며 MC 교체는 그러한 개편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용민의 과거 여성 혐오 발언이 재조명되며 '거리의 만찬' MC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제작진은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첫 방송이 예정됐던 '거리의 만찬' 시즌2는 제작이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KBS 시청자위원회는 매주 셋째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회의와 별도로 특별 회의를 소집해 '거리의 만찬' MC 교체 건을 논의했다. 이창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한 건을 심의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본부장, 국장, 부장, 제작진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자위원회가 시청자들이 문제 제기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인식을 공유했다. 그 자리에서 김용민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MC 교체 배경에 대해 '현장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청자위원회는 여성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 진행자를 남성으로, 특히 과거 여러 차례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은 김용민을 발탁한 것에 많은 시청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BS가 2TV 예능 '1박2일'에서 정준영 사례를 겪고도 출연진의 과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온라인에선 시즌2 MC 교체 과정에서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 등 기존 MC와 제작진 간 불협화음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이어졌다. 양희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용민은 페이스북을 통해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한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며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거리의 만찬'은 중년 남성이 주류인 여타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여성 방송인이 MC를 맡아 여성 시선으로 시사 이슈를 다뤄 호평을 받았다. 한국 YWCA연합회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중 성평등 부문상,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시즌2 새 MC 중 하나가 과거 여성 혐오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김용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거리의 만찬 MC를 바꾸지 말아달라'는 청원은 하루 만에 1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김용민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