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나무는 없다, 산화목재

입력 2020-02-03 18:12


30년 동안 목재 사업을 이끌어오며 스스로를 소목수라고 부르는 산화목재 유재동 대표는 나무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갖고 있다. 나무는 흙과 비, 그리고 태양빛으로 광합성을 하면서 수년에서 수백 년까지 자란다. 자라서는 산소를, 죽어서는 목재로 불가분의 자원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나쁜 나무, 좋은 나무는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귀한 자연의 선물이 바로 나무라고 유 대표는 이야기한다.

산화목재는 자연의 결을 그대로 살려 가구와 인테리어 소재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우드슬랩이 주력 상품이다. 비록 생산 공장은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만들어내는 제품에는 자연을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우드슬랩은 자연 그대로의 원목 무늬를 살리다 보니 찍어낸 것 같은 디자인이 없다. 나무 자체의 결과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원목 테이블은 자연 건조, 인공 건조 등 전 과정을 원스탑 공정으로 작업한다.

이 우드슬랩 가구는 영화 『완벽한 타인』을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협찬되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통원목을 그대로 잘라 만드는 만큼 자재 선택에 신경 써야 하는데, 대한민국 수입 목재의 60% 이상을 취급하는 인천 북항에서 1차 가공이 이뤄진다. 목재 가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평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나무가 뒤틀렸는지는 대각선 좌우 양쪽을 다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수평이 맞지 않을 경우 대패로 붕 뜬 곳을 깎아낸다.

유 대표는 원래 1976년 동양제철화학 계열사인 청구목재에서 일하던 샐러리맨 출신이다. 1978년 원목 생산지인 말레이시아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직접 목재를 다루는 일에 흥미를 느낀 그는 곧 회사를 나와 1983년 산화목재를 창업했다. 여러 번의 경영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17년 새로운 브랜드 ‘Padlio’를 런칭하며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곳에는 1,5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우드슬랩 제품이 있다. 좋은 목재를 고르는 기준은 무늬가 얼마나 좋은지, 혹은 희소성이 있는지 등이다. 가령 소나무의 경우 우드슬랩 소재로는 적절치 않으며 호두나무나 느티나무는 150년 이상 지나 70~120cm 정도로 성장했을 때 목재로 사용할 수 있다.

목재들은 공장에 와서 약 5~10일 정도 건조 공정을 거치는데 수분 함량 10% 이하로 만드는 것이 기준이다. 수분을 일정하게 빼주는 이유는 나무가 습기 때문에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며 5~8% 정도의 수분 함량이 정상이다. 하지만 건조된 나무는 대기 중의 습기를 또 다시 빨아들여 7~9%까지 함수량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공장에서는 자연 상태로 건조 중인 나무 원목 측정값을 체크, 표시해야 한다. 목재에 따라 다르지만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수분이 10% 정도로 빠지게 된다. 식탁이 놓이게 되는 일반 가정의 습도는 공장보다 낮기 때문에 이완 수축 작용이 더 많아 변형되고 갈라지기 쉬운데, 건조 가공은 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용도에 따라 가공 방식도 달라지는데 나비 모양을 조각낸 나비장을 박거나 레진 처리를 하는 등이 그 예이다. 유 대표는 다양한 나무를 접해 왔지만 한 그루 한 그루가 모두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비록 모양이 상하거나 거친 나무라도 어떻게 가공해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애정이 싹튼다. 그는 “나무에는 저마다 의미가 있고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며 “시간을 넘어서 가치 있는 나무로 탄생시키고, 작품의 의미를 넘어 감동을 담고 싶은 게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훗날 소목수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자신이 평생 쌓아온 노하우를 정성껏 전수하는 등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산화목재 직원들은 “유 대표님은 열정적이고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정성을 다해 작업하라고 가르치신다”며 “항상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지도하는 분”이라고 말한다.

우드슬랩 재료가 되는 목재 중에는 6년 이상의 온습도 숙성 거친 제품들도 있으며, 현재는 벌채가 규제되어 60~70년 간 묵힌 것도 있다. 나무에 따라 가공법이 각기 다른데, 크기와 모양이 단 한개도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채롭다. 산화목재 공장에서 제일 비싼 목재는 아프리카산 부빙가 테이블로, 전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목재로 꼽힌다. 이 목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빛깔이 조금씩 달라지며 적어도 100년 이상 자란 나무를 재료로 한다. 특히 중부 아프리카 카메룬산이 가장 아름다운 목질을 자랑하는데, 나무가 오랫동안 자라면서 지형의 토양과 광물질의 합성에 의해 무늬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 대표는 “자연이 디자인의 90%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경영철학의 시작이자 끝으로 내세우는 가치는 바로 정직함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자기와의 싸움이 필수적인데, 자기를 버리지 않고서는 극복이 어렵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곧 자신이라고 여기며 모든 것을 던지는 게 CEO로서 필요한 덕목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의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전문가인 신옥 지점장은 “나무의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다양한 마케팅은 ‘파드리오’라는 브랜드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며 “장인 정신을 기업가정신으로 승계시킨다면 세계적인 장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산화목재와 유재동 대표는 자연 그대로의 원목 무늬로 오랜 시간 동안 가치를 가지며 더 나아가 고객 감동까지 이룰 수 있는 제품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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