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정책 낙제점은 아니야, 하지만…"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입력 2020-02-02 17:05
수정 2020-07-02 13:01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인터뷰
"서민 주거안정 방향성 자체는 좋아" 언급
"가격중심 규제로만 접근하다보니 부작용" 지적
"공급확대·임대주택 정책 세심한 고민 필요"


<12·16 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규제를 빗겨간 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풍선효과'가 여실히 나타나는 셈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달(1월) 31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서원석 교수(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낙제점은 아니지만 공급정책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Q. "12·16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규제 효과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12·16 대책은 결국 규제정책이었다. 특히 가격(9·15억원)에 초점을 맞춘 규제정책이다. 정부의 가격선을 기준으로 중장기적인 조정 효과는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시장 상황에 딱 맞는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외곽 저렴한 아파트나 수도권 지역에 다른 아파트가 상승할 우려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12·16 대책 초기에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찾을 순 있겠지만 기타 지역에 대한 시장 불안정성은 높아질 우려가 있다."

Q. "풍선효과에 따른 추가 규제를 예상해 본다면"

"현 정부의 기조를 살펴보면 '규제지역 확대'가 예상된다. 지금 규제지역에 포함되는 것은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 일부지역이다. 이런 것(규제지역)들이 확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수원 인근까지도 확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수도권도 전면적인 규제지역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Q.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평점을 매긴다면 어떤 성적을 주고 싶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하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목적 자체는 무주택자의 주택소유를 장려하는 측면의 정책이었다. 이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규제에 있다. 정부는 핀셋규제를 강조했는데, 핀셋이라는 것이 지역이나 가격말고 '대상'을 상대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 가령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대출규제가 거의 동일하다. 가격 중심으로 규제를 하는데 이런 것을 '사람 중심'으로 해야 한다. 무주택자는 보통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데, 무주택자에게는 대출을 장려해서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다주택자에게는 더 강한 대출 규제를 하면 된다. 그런 것을 못했다(규제 대상 세분화)는 측면은 마이너스 평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적인 정책 흐름은 좋으나 규제 대상을 제대로 못잡았다는 점에서 '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낙제점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수(秀)는 아니지만 낙제점도 아니다?"

"부동산은 경제적으로 재화(財貨)인 것은 맞다. 건설사나 주택건설사는 정부가 시장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재(經濟財)와 부동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주거복지'나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본다면 무조건적인 시장 중심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 현 정부는 그런 측면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또 다른 부정적인 면을 꼽자면 '공급확대'에 대한 것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공급 측면에서 보면 주요 지역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공급을 더 활성화시켜서 전반적으로 수요자들이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 하나의 주택을 가지고 경쟁을 하지 않게끔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급확대는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계획 중 임대주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현 부동산 시장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주택을 소유하기 어려운 젊은층,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주택이 아니라 주택 공급 정책, 주택 소유 정책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경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렇다. 주택 시장이 굉장히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정책대상이 맞지 않는 것이다. 중산층에서도 무주택자가 많은데 이 사람들은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가 없다. 여러가지 조건(연령, 소득 등)상 임대주택 공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중산층은 일반주택시장에서 주택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공급정책이 필요하다고 앞서 말했다. 정부도 비슷하게 보는 것 같다. 다만 정부의 인식은 약간 임대 쪽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은 임대주택을 공급해서 주거안정을 취하겠다'고 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정책 대상이 조금 잘못돼 있다고 보는게, 중산층 이상은 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주거안정을 취하는 것보다는 '내 이름의 주택'을 소유하기를 바라는 욕구가 강하다. 중산층을 위한 주택 정책, 특히나 주택 소유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선진국에서 굉장히 많이 진행을 하고 있다. 가령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싶은데 (비용 문제로) 구입할 수 없다면 공공지분을 조금 투입해서 정부가 주택 지분을 조금 갖고 서민들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소유하게끔 하는. 우리도 초기에 그런 정책을 진행하긴 했었는데 흐지부지 됐었다. 그런 정책도 고민을 해서 우리나라에 맞는 방향으로 적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