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기춘·조윤선 '일부 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입력 2020-01-30 14:41


박근혜 정부 시절에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이는 그간 쟁점이 돼온 직권남용죄에 적용 범위를 좁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대법원은 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등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유죄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유죄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배제에 관여하며 직권을 남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기춘 조윤선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