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교민과 유학생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면서 유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신 공기순환장치가 갖춰진 전세기에 무증상자와 유증상자를 비행기 1층과 2층에 따로 탑승 시켜 의학적, 역학적으로 위험 없이 교민을 이송하겠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장관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6개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박 장관은 "유증상자는 따로 독립된 비행기에 태우거나, 우리가 보내는 1층과 2층으로 구분되는 큰 비행기에서 층을 달리해 유증상자와 무증상자 간의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실시하는 출국 검역에서 가려진 유증상자는 격리된 비행기를 태우고, 무증상자도 잠복기일 수 있어서 좌석을 이격시켜서 옆자리는 비우고 앞도 비워서 대각선으로 앉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견하는 비행기가 최신기종이고 공기순환장치가 필터링 되기 때문에, 실제로 기침이나 호흡을 통해 균이 배출된다고 해도 옆사람으로 옮길 가능성은 사실 아주 낮다"며 "그럼에도 만약의 사태 대비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국내 비행장에서 다시 발열 체크를 하고 유증상자는 격리병동으로 이송하고, 무증상자는 임시생활시설로 옮겨 2주간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며 "임시생활시설에는 의료진이 24시간 같이 생활하며 매일 두 차례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귀국을 희망하고 있는 한국인 700여명을 위해 이르면 30∼31일 전세기 4편을 띄우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박 장관이 밝힌 유증상자 이송 계획은 자국민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를 관리하는 정부 콘트롤타워 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전날 37.5도 이상 발열,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자는 탑승할 수 없으며 중국 측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된다고 탑승 신청객에게 사전 안내했다.
또 정부 당국자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 방침상 의심증상자는 탑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행기에 공기순환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유증상자까지도 의학적, 역학적으로 위험없이 이송할 수 있다"며 "장관의 발언은 자국인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마스크를 씌우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으면 위험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유증상자 이송 계획은 중국당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증상자 탑승 가능성은 미국 전세기 운용 과정을 살펴보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세기는 이날 새벽 우한시에서 미국인 240명을 태우고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출발했으며, 유증상자 탑승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우한 전세기 유증상자 탑승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