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시신 그대로 방치"…우한 폐렴에 도시는 '종말의 날' 한 장면

입력 2020-01-25 15:19
수정 2020-01-25 15: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퍼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병에 걸린 남편을 입원시키기 위해 지난주 병원들을 전전했다는 36세 여성 샤오시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한의 상황을 전했다.

중국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과 인근 도시에 봉쇄령을 내리고, 외부와 연결되는 항공·기차 편 등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샤오 씨는 남편이 아직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춘제(중국의 설) 전날이 '최후의 날'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SCMP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병원 복도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담겨있다. 인터넷상에는 환자들이 밀려드는 상황에 절규하는 의료진의 통화 장면 등도 돌아다니고 있다.

SCMP는 또 샤오 씨가 "병원에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천에 덮인 채 병원 복도에 놓여있었다. 간호사가 사람들을 불러 시신을 옮기려고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샤오 씨의 남편은 열흘 전부터 열이 났으며, 기침하면서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 남편은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병실이 부족하고 검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해 현재 한 병원의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는 게 샤오 씨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구급차를 불렀는데도 출동하지 않았다면서 "병원들에서는 항생제 처방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편은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지만 아무도 시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모두 불행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샤오 씨는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 확진자에 대해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에 약값으로 수백에서 1천 위안(약 16만8천원) 정도를 쓴다.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면서 "많은 사람이 비용을 감당 못 해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샤오 씨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공중보건 시스템이 "통제를 벗어났다"면서 "환자 가족들이 병상을 얻고 진단을 받기 위해 의료진과 싸운다. 정말 절망적"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우한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의 우려·공포감과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는 의심 환자를 입원시켜주지 않는 데 대해 분노하고, '어디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등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는 것이다.

한 우한지역 의사는 SCMP 인터뷰에서 "질병예방통제센터에 직원이 충분치 않다"면서 "모든 환자를 검사할 수 없다. 일부는 공포감을 느끼고 당장 검사받고 싶어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집에서 자체 격리하며 스스로 치료하는 게 더 안전하다"면서 "병원에서 교차 감염될 위험이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디지털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