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선고는 '또 연기'

입력 2020-01-21 13:16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드루킹 일당이 준비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의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잠정 판단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그간 진행된 '시연회 참석 여부'가 아니라, 이를 본 뒤에 개발을 승인했는지 등 '공모관계'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심리를 재개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21일 재개된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렇게 밝혔다.

재판부는 애초 이날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었으나, 전날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하고 변론 재개 결정을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예정됐던 선고 공판이 이날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두 번째 연기된 것이다.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간 재판에서 쌍방이 주장하고 심리한 내용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고 했다.

이어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간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집중해 온 방어 논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잠정적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공모했는지 판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특검과 피고인 사이에 공방을 통해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범 관계'에 관한 법리적 판단을 통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쟁점들을 정리해 알려줬다.

첫 번째는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이 꼽혔다.

또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드루킹이 언론 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19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시 문 후보의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심리할 대상으로 삼았다.

이 밖에 댓글 조작으로 인한 피해자인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의 실제 피해 상황을 확인할 자료, 각 댓글조작 범행 사례 중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볼 분류 내용 등 자료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다 보니 심리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며 "킹크랩 시연에 피고인이 관여했음을 전제로 하는 추가적 심리에는 나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재판부가 요구한 부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해 달라"며 "그 심리 결과는 피고인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이어 3월 10일에 다음 변론 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추가 심리가 이어짐에 따라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2월 24일 법원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와 최항석 부장판사가 인사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건의 주심인 김민기 부장판사는 인사 대상자가 아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책임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을 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경수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