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지난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이후 18개월 만에 1단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큰 틀에서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의 추가 구매, 미국은 대중 관세 인하 혹은 유예가 논의됐습니다.
* 중국 측 합의 내용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는데요. 첫해에 767억 달러, 두 번째 해에는 1,233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구요. 구체적으로는 서비스 379억 달러,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그리고 에너지 524억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을 약속했는데요. 이 밖에도 1단계 합의에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문제에서 중국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측 합의 내용
이에 대해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 온 15%의 관세를 7.5%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또 양국은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도, 개인들에 기술이전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못한다고 명시 했고, 기업들도 허가를 얻기 위해 특정 기술을 활용하도록 압력을 넣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여기에 양국은 합의 발표 이후 30일 이내에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합의 이행에 대한 액션 플랜을 제출하도록 했는데요, 합의 위반이라고 판단될 경우 총 90일간 실무 고위급 협상을 재 진행하고 합의가 불발될 시 관세가 다시 부과될 수 있음을 명시하면서 이번 합의문 서명이 이뤄졌습니다.
* 미국 측 외신 반응
이번 서명식에 대한 미국 외신 보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CNN은 "세계 무역 전쟁은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는 헤드라인으로 보도를 내놨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부분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한 것이 올해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한 세계 경제 위축을 끝내는 신호는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CNN은 이번 합의문에서 제외된 중국 국유 기업 보조금 문제나 강제 기술 이전 등 훨씬 복잡한 사안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올해도 양국간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중국이 농산물 확대를 약속하긴 했지만 미국이 강력히 요구해 왔던 중국의 구조적 경제 개혁 문제는 사실상 2단계 합의로 미뤄지며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CNBC에서도 대중 관세가 2020년 대선 기간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2단계 합의 전까지 추가 적인 관세 인하 논의가 없다고 말한 것을 봤을 때, 중국의 약속 이행 압박이 지속되며 올해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이번 합의에 포함된 스냅백 조항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이 이를 사용한다면 중국측의 강력한 반발이 확실시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스냅백 조항으로 관세를 재 부과 한다면 그 어떤 것도 중국의 보복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이번 합의문에서 제외한 중국 국유 기업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경제의 근본적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양국 최종 합의는 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중국 측 합의 내용
이번에는 중국 언론 보도를 통해서, 중국 측 입장도 살펴보시죠.
이번 1단계 합의 내용에 대해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합의가 중국 측이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상품에 대한 판매 중단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반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는데요.
약 2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하고, 첫 결실을 이뤘지만 아직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중·미 무역 관계가 이제야 정상 궤도로 돌아가려 한다"며 "향후 2단계 협상으로 가는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여전히 무역전쟁의 몇 가지 원인들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을 통해서 "중국과 미국은 먼 길을 돌아 1단계 합의에 다다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1단계 서명에 대해, "미국이 지난 2년간 중국을 무차별 압박했지만, 1단계 합의는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는데요. "상호간 득이 되는 합의"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을 앞두고 미국산 닭발 수입을 승인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도 보였습니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세관이 전날 24t 가량의 미국산 닭발 통관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중국이 2015년 미국의 조류 인플루엔자 발병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의 모든 가금류 수입을 금지한 지 어언 5년 만의 첫 승인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2단계 美·中 무역협상 전망
이제 양국은 2단계 무역 협상에 돌입하게 될 텐데요. 본격적인 IT 기술 전면전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무역수지와 관세를 전제로 했던 '스몰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예상됩니다.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지정했던 미국이 'IT 패권 장악'을 위해서 중국에 고강도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 중국 매파들은 화웨이가 받는 보조금 규모를 이유로, 미국의 5G 이동통신 업체에도 보조금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유화적인 태도를 이어갈지, 오히려 강경 대응으로 나설지 앞으로의 흐름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1단계 미중 합의 서명식에 대한 외신 반응들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