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8개월째… "테이저건·그물총 진압 검토"

입력 2020-01-15 22:05


홍콩 시위가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에 테이저건(전자충격기)과 그물총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 수단의 다양화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최루탄, 고무탄, 곤봉, 빈백 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최루 스프레이 외에 테이저건과 그물총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과정에서 피의자의 저항이 거셀수록 피의자와 경찰 모두 다칠 확률이 높아진다"며 "무력 사용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은 경찰과 피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물총은 화염병을 던지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수단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지 않아도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지금껏 최루탄 1만6천여 발, 고무탄 1만여 발, 빈백 건 2천여 발, 실탄 19발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홍콩 경찰은 7천 명에 육박하는 시위 참여자를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가장 어린 체포자는 11살이다.

하지만 홍콩 인권단체는 테이저건 등의 사용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권단체 홍콩인권감찰의 로육카이 간사는 "이미 충분한 검거 수단을 갖춘 경찰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테이저건 사용은 만성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곤봉을 휘두른다면 사람들이 그 휘두른 횟수라도 알 수 있겠지만, 테이저건을 사용한다면 이를 맞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체감하기 힘들다"며 "이는 경찰의 야만성을 감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체포 과정이나 구금 중에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최소 500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미국에서 테이저건 등은 최루 스프레이보다 더 낮은 강도의 무력으로 평가받는다"며 "테이저건을 맞은 사람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확률은 1천300만 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테이저건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사용되며, 그물총은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사용된다.

한편 홍콩 경찰은 전날 밤 몽콕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파이프 폭탄'을 발견해 폭탄을 해체하고 관련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파이프 폭탄은 파이프 한쪽 구멍을 마개로 막고 고체 폭발물을 채워 넣은 뒤 반대편에 심지를 넣은 형태의 폭발물이다.

홍콩 경찰은 이 아파트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과 석유, 유리병, 방탄조끼 등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각각 21, 22, 29세인 용의자 3명이 급진 시위대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면이다.

홍콩 시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