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재 후기를 텍스트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제네시스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GV80의 출시 이슈가 두드러졌습니다. 출시가 자꾸 미뤄지면서 '전혀 새롭지 않은 신차'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죠. 반대로 어느새 GV80 네이버 동호회 카페의 회원 수는 30만명에 이르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제네시스는 그 성패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은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미국 전문지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있는 한편, 유지 관리비만 비싸 판매가 꺾였다는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지난해 2015년 브랜드 론칭 이후 연속으로 이어온 판매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기도 했습니다.
● '판매량 2배' 제네시스 잘 팔리는 거 맞죠?
하지만 미국 시장만큼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2017년(2만 612대) 판매 수준을 회복한 거죠. 제네시스에게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입니다. 해외 판매의 거의 전부를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10월에는 미국에서 벤틀리, 아우디 등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인 마크 델 로소를 북미 담당 CEO로 영입하면서 미국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CES 취재 차 방문한 LA에서 이 마크 델 로소 CEO를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공략은 향후 유럽 등 해외 진출의 성패까지도 따져볼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에, 그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먼저 마크 델 로소 CEO는 간담회에 맞춰 제네시스의 작년 미국 시장 판매의 정확한 수치를 내놨는데요. 총 2만 1,236대로 2018년(1만 312대)에 비해 2배(105.9%)로 크게 올랐습니다. 2018년의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기저 효과'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북미 고급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 상승률을 기록한 점은 고무적인데요. 마크 델 로소 CEO는 올해에도 신차 출시를 통해 실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신차는 2021년 내로 SUV 2종과 전기차 1종을 출시해 총 6개(세단 3종, SUV 2종, 전기차 1종)의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 중고신인(?) 'GV80'은 미국에서도 어깨가 무겁다
아울러 마크 델 로소 CEO는 GV80이 올해 여름 미국 시장에 출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또 G80과 더불어 G70까지도 새로운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새로이 밝혔습니다. 마크 델 로소 CEO도 GV80의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요. 그는 럭셔리SUV 시장에 대해 "미국에서는 2016년 이후 럭셔리SUV가 럭셔리카의 판매를 추월했다"면서 "지금 흐름으로는 2025년이 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이를 근거로 GV80 출시와 함께 제네시스의 판매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것이 마크 델 로소 CEO의 전망이었습니다.
마크 델 로소 CEO는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답게 향후 전략에 관한 발표 대부분을 판매망 확대와 마케팅 전략으로 채웠습니다. 독립형 시설로 운영되는 독립 딜러망 구축, 대리점 디자인 변경, 마케팅 중점 도시 설정(LA, 뉴욕, 마이애미, 댈러스, 시카고)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습니다. 특히 "한 달 뒤부터는 TV를 통해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제네시스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마케팅도 예고했습니다. 뉴욕에도 홍보관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하니, 당분간 미국에서 제네시스 광고와 마주치는 일이 잦아질 듯합니다.
일단 제네시스는 '고급화·SUV'라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흐름에는 잘 올라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한국에는 15일에 모습을 드러낼 GV80에 더 기대가 커지는데요. 여름 이후엔 미국 시장에서의 평가도 들려올 겁니다. 판매 확대를 노릴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더 날카로운 평가 앞에 섰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이상 "SUV 라인업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댈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일본차가 가득한 미국 LA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보니,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더군요. 한국에도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 성공과 같은 사례가 생기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