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수출입은행인데요.
이란, 이라크 등 초고위험 지역에 수 조 원 가량의 정부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손실이 발생하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6년 이란 정부와 협약을 맺고 우리 돈으로 10조 원(90억 달러)이 넘는 돈을 지원하기로 한 수출입은행.
이듬해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우리 건설기업들이 6조 원 대 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시작하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고, 2018년 국내 건설사들의 계약해지와 함께 현지에서 철수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불거졌지만, 다행히 수출입은행의 이란 여신 잔액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입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다시 테러나 내전 등을 자주 겪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대상은 대우건설이 수주한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플랜트로, 우리 돈 4천억 원(3억7500만 달러) 가량이 이르면 이달 중 집행이 시작됩니다.
이어 내년까지 총 3조7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는데, 위험지역인 이라크와 앙골라, 탄자니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2조8천억 원이 집중된 이라크는 대표적 채무불이행 국가로, 수출입은행 자체 신용평가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인 E등급(9단계 중 최하등급)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이 같이 위험한 정책금융 사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개정된 관련법에는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내용만 있고, 수출입은행 내규에 조차 면책조항만 있을뿐 손실보전 규정은 없습니다.
<인터뷰> 기획재정부 관계자
“(면책이나 손실보전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시행령 상에는 포함되지 않았고요. 수출입은행 내규라던지 관련내용이 포함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수출입은행 관계자
"17조항 밖에 안돼요. 여기(규정집)에 손실(보전)에 대한 내용은 만들어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지원을 꺼리는 곳에 정책자금을 수혈한다는 점은 좋지만,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측은 "여신 전단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다른 나라 금융기관과의 협조융자 실시 등을 통해 특정 국가에만 리스크가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