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달 발표한 마일리지 개편안을 놓고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객의 혜택을 증대하는 합리적인 개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 청구를 하기 위한 집단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에서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꿨다. 기존에는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지만, 내년 4월 1일부터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기준을 세분화한단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됐다. 12개 노선은 종전과 같다.
종전에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일반석 평수기 편도 기준으로 3만5천 마일을 공제했던 하와이의 경우 3만2천500마일로 줄어들게 됐고, 일본 후쿠오카도 종전 1만5천 마일에서 1만 마일로 줄어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종전에는 편도 6만2천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 기준으로는 9만 마일이 필요하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구입하려면 종전 8만 마일에서 13만5천 마일로 늘어난다.
성수기에는 평수기 공제 마일에서 50%가 할증된다. 기존의 공제표를 바탕으로 보너스 항공권 구입 계획을 세워 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계획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이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을 바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이고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춘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일반석 중 6개 예약등급은 100% 적립률이 유지되지만 특가항공권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원 등급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다", "비싸더라도 마일리지 때문에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너스 항공권 마일리지 공제율을 높이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2002년 이후 19년 만의 조치로 대외 마일리지 적립 환경과 해외 항공사 트렌드 등 오랜 기간 누적된 변화에 대해 부분적으로 현실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혜택 변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조치를 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참여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 대다수가 이용하는 일반석 마일리지 적립이 현저히 줄었고 공제 기준의 변경으로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증가했다"며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경우에는 약관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성수기 기준의 불명확성도 검토한단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