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하자 이란 현지는 미국을 규탄하는 분노로 들끓었다.
이날 오전 테헤란 시내 지하철역은 물론 지하철 객차 안까지 "마르그 발르 움메리카"(미국에 죽음을)라는 반미 구호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50대의 테헤란 시민 레자 무함마드 씨는 "솔레이마니 장군을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는 미국의 침략에서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고 전사라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모두가 그의 죽음에 충격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3일 그의 일대기를 그린 추모 다큐멘터리를 긴급 편성해 방영했다. 이란 시민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를 영웅화하고 추모하는 내용의 사진과 글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를 추앙하는 이란 시민들은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다짐하는 글과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했다.
또 '#우리 모두 솔레이마니다'라는 해시태그가 SNS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다시 보는 이란'의 저자이자 혁명수비대 전문가인 나르게스 바조글리는 3일 트위터에 "미국은 매우 인기 있는 이란 국가 공무원을 죽였다. 매우 상징적인 암살인데, 문제는 그 상징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테헤란을 비롯해 타브리즈, 케르만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금요 대예배를 마친 뒤 미국을 규탄하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을 추모하는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테헤란 모살라에서 이날 오전 열린 금요대예배에서 설교자로 나선 아야톨라 아흐마드 하타미는 "미국은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인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며 "이제 중동에서 해로운 야수(미국)를 쫓아내야 할 때가 왔다"라고 연설했다.
반미 감정이 고조하는 동시에 테헤란은 불안에 휩싸인 분위기다.
테헤란 시민들은 주말 휴일 아침에 들려온 놀라운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테헤란 시민 이맘 레자 씨는 "혁명수비대는 이제 말로만 끝낼 수 없게 됐다"라며 "이란과 미국이 물러서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이 날 가능성이 커져 불안하다"라고 걱정했다.
이날 비공식 시장 환율은 달러당 14만 리알을 넘어 전날보다 약 10%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