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영원하다’ 가수이자 프로듀서 박진영의 진가를 확인한 순간

입력 2019-12-31 10:15



'영원한 딴따라' 박진영이 과거,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콘서트로 가요계 '전무후무한 올타임 레전드'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21일 대구를 시작으로 25일 부산,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진행 중인 '박진영 콘서트 NO.1 X 50'(넘버원 피프티)를 통해서다.

1위곡 50개가 넘으면 이를 자축하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박진영의 목표가 실현된 이번 공연은 특별한 세트 리스트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이 만들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주간 차트, 지상파 음악방송 등에서 정상에 오른 노래가 55곡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콘서트답게 누구라도 들으면 알 수 있는 가요계 1위를 차지한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28일, 29일에 이어 30일 진행된 서울 공연 무대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명곡의 음반 커버들이 LED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여기에 박진영의 음악적 뿌리인 '보드빌(Vaudeville: 20세기 초 미국 극장식당에서 펼쳐지던 엔터테인먼트) 쇼'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무대 세팅이 시선을 압도했다.

공연 시작 직전에 'FEVER (Feat. 수퍼비, BIBI)'의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1994년 데뷔 당시 TV프로그램에 등장한 '풋풋한' 박진영의 모습에 이어 박진영이 '날 떠나지마'를 부르며 등장하자 이내 객석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첫 곡부터 모든 관객이 기립하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박진영은 뜨거운 호응에 보답하듯 손키스를 날리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무대 매너를 과시했다.

'J.Y. Park'이 새겨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너의 뒤에서'를 열창할 땐 격렬한 댄스곡 다음 순서임을 잊을 만큼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공연장을 짙은 감성으로 물들였다.

"가요 톱 텐 20위 안에 드는 노래를 딱 한 곡만 만들자는 꿈이 어느 순간 1위 곡 50곡을 쫙 모아서 공연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이뤄지리라 상상도 못한 제 꿈이 현실이 된 날"이라며 특별한 오프닝 소감을 전하자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여러분들의 큰 사랑 덕분에 1위에 오른 곡들만 불러 드릴 거다. 그런데 1위 곡이 너무 많다"라는 능청스러운 멘트가 분위기를 더욱 띄웠고 관객들은 밤새 공연을 해도 괜찮다는 듯 뜨겁게 환호했다.

후배 가수에게 선물한 곡을 '박진영 버전'으로 재해석한 무대는 이번 콘서트의 별미가 됐다. 후배가 부른 1위 곡을 원작자인 박진영이 자신만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로 생생히 표현,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데뷔 25년째에도 여전한 '최고 댄스 가수'로서의 역량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It's Raining'(잇츠 레이닝), 2PM의 'Heartbeat'(하트비트), 'Hands Up'(핸즈 업), 'AGAIN & AGAIN'(어게인 앤 어게인) 등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후배들이 춘 댄스와는 또 다른 박진영의 강렬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여기에 평소 접하기 힘든 박진영의 랩을 듣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박진영 표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귀호강'의 시간이 됐다.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너의 뒤에서'를 비롯해 '거짓말'(god), '또 한번 사랑은 가고'(이기찬), '12월 32일'(별)등 애절한 발라드를 선사하자 관객들은 때로는 숨을 죽이고 때로는 함께 노래하며 박진영과 한 마음이 됐다.

'여자 박진영'으로 변신해 선보인 무대들은 '최고 엔터테이너'다운 그의 끼와 역량을 여실히 보여줬다. '성인식'에서는 박지윤 못지않은 뇌쇄적인 눈빛, 요염한 안무가, 부채를 소품으로 사용한 '초대'에서는 엄정화를 방불케 하는 유혹적인 자태와 특유의 그루브가 드러났다.

역시 이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공연 후반부 이어진 박진영의 히트곡 퍼레이드. 끈적끈적한 리듬, 퍼포먼스와 함께 표현된 '난 여자가 있는데'와 '니가 사는 그 집'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 'Honey'(허니), '어머님이 누구니 (Feat. 제시)', 'FEVER (Feat. 수퍼비, BIBI)' 의 흥겨운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떼창', '떼춤'으로 무대에 선 박진영과 공연을 함께 즐겼다.

스승의 역대급 콘서트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후배 게스트 역시 '초호화 진용'을 뽐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28일에는 가수 별이 무대에 올랐다. "육아를 잠시 미루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박진영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데뷔곡 '12월 32일'을, 또 듀엣곡 '안부'를 스승과 함께 불렀다. 공연 후 SNS에 "가슴이 벅차고, 감동이 밀려오는 무대였어요. 그때 그 시절로 타임슬립을 한 것만 같은... 진영 오빠 감사합니다"라는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29일에는 비가 나왔다. 박진영이 "제 머릿속에 있던 퍼포밍을 전부 실현한 친구이자 55곡 중 세 곡이나 차지한 가수"라는 소개와 함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도입부를 피아노로 연주하자 비가 깜짝 출연해 공연 열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가요계 최강 솔로 퍼포먼서인 둘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It's Raining'(잇츠 레이닝), '안녕이란 말 대신' 무대를 함께하며 폭발적 시너지를 자랑했고 어느 무대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비는 "진영이 형과 거의 10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다. 그리고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건 1년 만인데, 아까 리허설할 때 오디션 보는 줄 알았다. 너무 긴장됐다"며 스승의 무대에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30일에는 선미가 '박진영의 1위곡 여정'에 동참했다. 박진영의 '성인식', '초대', '24시간이 모자라' 무대 열기를 이어받아 선미는 2013년에 발표한 첫 솔로곡이자 대표곡 '24시간이 모자라'를 선보여 관능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또 '사이렌(Siren)' 퍼포먼스에서 무르익은 무대 매너를 과시하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진영은 선미를 "자랑스럽고 대견한 JYP 출신 대한민국 솔로 여가수"라며 이어 "원더걸스 막내였던 선미가 2017년 원더걸스 타이틀곡 'Why So Lonely'(와이 소 론니) 작사에 참여했는데 그때 무척 놀라웠다. 타고난 재능이 충분하다"라고 극찬을 하며 소개했다. 이에 선미는 "제 꿈이 프로듀서가 되는 것인데,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바로 박진영 스승님"이라고 화답하며 가요계 선후배의 훈훈한 우정을 자랑했다.

또 선미가 "오늘 이 자리에 소희도 왔다"라고 하자 박진영은 "원더걸스 멤버들이 와 있으니 더욱 부담이 된다"라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원더걸스의 초대박 히트곡 'Tell me'(텔 미) 탄생 비화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 깨알 재미까지 더했다.

무대에 앞서 박진영은 "히트곡의 비결로 '영감' 다음에 이유를 꼽자면, '작사와 작곡 그리고 안무' 제작이 모두 가능한 것인데 이러한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Tell me'가 아닐까 싶다. 전 국민이 춤을 따라 추실 때, 희열이 엄청나다"고 영광의 순간을 생생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공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Tell me'에 이어 'So Hot'(쏘 핫), 'Nobody'(노바디)에서 깜찍한 '춤사위'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박진영은 공연 막바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도 안겼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할렘가에서 본 벽화 속 '어둠을 저주할 시간에 촛불 하나를 밝혀라'라는 문구에 영감을 받아 god '촛불하나'를 만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새해가 곧 온다. 새해에도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여러분 참고 견뎌야 한다. 절대로 포기하면 안된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또 "25년 동안 활동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쓰고 싶은 곡이 많고 춤도 노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몇 주년을 기념하기엔 지금까지 해온 일 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며 여전히 신인 같은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제 몸을 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관리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노래, 더 좋은 무대 보여드리겠다. 약속드린 대로 환갑잔치는 콘서트로 하겠다. 60살 때 가장 춤을 잘 추고, 노래도 더 잘하겠다. 열두 번 남았는데 그때까지 함께 해달라"고 외치며 다가올 '박진영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팬들에게 행복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의 다짐에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아우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평소 혹독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박진영은 이번 공연에서 그간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증명했다. 3시간 내리 쉼 없는 세트리스트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은 오히려 데뷔 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밴드와 함께 모든 무대를 생생한 라이브로 선사하며 강렬한 가창력과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에 관객들은 떼창, 떼춤으로 박진영과 화합의 장을 펼쳤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세대, 나이를 불문하고 레퍼토리 전곡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전무후무한 콘서트가 됐다.

'박진영 콘서트 NO.1 X 50'는 31일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해당 공연은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도 함께할 예정이라 더욱 특별한 연말 선물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