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조합원 수가 정부 공식 집계상 처음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앞질렀다.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이 빠르게 조직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노정관계와 사회적 대화의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천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천991명)보다 3만5천44명 많았다.
민주노총이 조직 규모에서 한국노총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1995년 창립 이후 23년 만에 '제1 노총'에 오른 것이다. 양대 노총 구도인 국내 노동계에서는 규모가 큰 쪽을 제1 노총으로 불러 대표성을 부여한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2016년까지만 해도 70만명에 못 미쳤으나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1만1천명으로 뛴 데 이어 1년 만에 96만8천명으로 36.1% 급증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보수 정권 시절 탄압받던 노동자들이 '촛불 혁명'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노총에 가입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 정책도 민주노총의 조직 확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조직화한 비정규직이 대거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법외 노조로 있던 약 9만명 규모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작년 3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면서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조로 인정된 것도 민주노총 조합원 수 증가에 기여했다. 법외 노조는 정부 공식 집계에서 제외된다.
양대 노총 중에서도 제1 노총은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의 경우 한국노총 추천 인사가 민주노총보다 조금 많다.
민주노총의 제1 노총 등극은 정부 기구 구성 방식보다는 사회적 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노총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빠져 있다.
노동계의 무게 중심이 민주노총으로 옮겨지면 경사노위가 내놓는 사회적 합의의 무게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양대 노총과 상급 단체 없는 노조 등을 아우르는 전체 조합원은 233만1천632명으로, 전년보다 24만3천92명(11.6%) 증가했다.
전체 조합원 수를 노조 가입이 가능한 노동자 수로 나눈 노조 조직률은 11.8%였다. 이는 2000년(1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조 조직률은 공공 부문(68.4%)이 민간 부문(9.7%)보다 훨씬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노조 조직률이 50.6%였으나 100∼299인 사업장은 10.8%, 30∼99인 사업장은 2.2%,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했다. 노조 조직의 대기업 편중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 노조에 속한 조합원은 134만9천371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57.9%였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 비율은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민주노총의 초기업 노조 조합원 비율은 86.8%로, 한국노총(43.5%)의 배 수준이었다. 민주노총은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을 넘어 업종 단위로 교섭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조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