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 내년 3월 '분수령'…경영권 향배 이명희 손에

입력 2019-12-24 15:56
故 조양호 작고 8개월 만에 한진가 '남매의 난' 본격화
조현아, 경영배제 이후 불만 폭발…동생 공개 비난
남매간 엇비슷한 지분구조…경영권 향배 모친에
한진가(家)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불거지면서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가족이 협력해 사이좋게 회사를 이끌라”는 유언을 남기고 작고한 지 8개월 만이다.

시작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에 조원태 회장 측도 선친 유지보다는 기업가치 제고가 먼저라며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맞섰다. 한진가(家) ‘남매의 난’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 조현아, 동생 공개 비난…경영배제에 불만 폭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공동운영의 정신을 지키지 않는다'며 공개 비난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 회장을 공개비난하고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달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자신의 복귀가 불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땅콩 회항 소동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을 일으키자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무는 사건 이후 복귀했지만 유독 자신만은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 남매간 엇비슷한 지분구조…'분쟁' 해결 모친 손에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압박할 수 있었던 데는 남매간 엇비슷한 지분구조에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6.52%,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씩 보요하는 등 지분이 거의 비슷하다.

남매간 다툼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툼의 정점은 내년 3월 한진칼의 사내 이사를 뽑는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 입장으로서는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사내 이사가 돼야 한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 간 이견이 없다면 가족 지분과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하고 주주 간 합종연횡에 따라서는 조 회장의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2대 주주로 경영권 견제에 나선 KCGI가 전날 한진칼 주식 지분을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하며 주총을 겨냥한 공세를 시작했다.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은 미국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은 그룹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거나 견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거나 동생과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은 벌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3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고문이 해결의 열쇠를 쥐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지분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3남매 중 누가 어머니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