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성폭력 비웃고 성희롱 발언 반복한 사장, 법원 판단은

입력 2019-12-24 09:05
수정 2019-12-24 10:15


직장 내 성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이를 비웃으며 직원을 향한 성희롱 발언을 계속한 사장이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1부(강화석 정철민 마은혁 부장판사)는 가구업체 전 직원 B씨가 대표이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2017년 함께 일하던 A씨가 자신에게 여러 차례 모욕감을 주는 성적 발언 등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상당수 행동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는 본부장이 이른바 '타사 직원 성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철장 간다"고 했음에도 오히려 이를 비웃었다.

A씨는 이를 언급한 본부장을 향해 "걔(B씨)가 외로운 모양이다"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말을 B씨에게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본부장이 나중에 A씨에게 이런 대화 내용을 보여준 것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대표이사로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남녀가 동등하게 능력을 발휘할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음에도,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표현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성폭행 사건을 듣고도 직장 내 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부하 직원에 대한 성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 보면 B씨가 안전하고 성적으로 평등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직접 대화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B씨가 그 메시지를 봤을 때 상당한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