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만찬을 한 것을 놓고 아베 총리 주변에선 "중국이 일본을 한국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표현"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함께 중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 대한 시 주석의 대접에 차이가 있었고, 이를 두고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아베 측근들이 주장한 것이다.
일반적인 외교 의전에 따르면 정상 간 식사에서 오찬보다 만찬이 더 격식 있고 주요한 행사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상급 국빈 방문에는 만찬 일정이 꼭 들어간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은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이 목적이 아니라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과의 만찬을 '외교 승리'로 포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일 정상의 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는 오후에 베이징에 각각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오찬을 한 뒤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도착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을 했다.
리 총리와 회담 후 만찬도 함께 했다. 하루 동안 중국의 1, 2인자와 차례로 오찬과 만찬을 함께 한 셈이다.
24일 오전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시 주석이 아니라 리 총리가 참석한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찬을 하고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 이상 소요되는 청두로 이동하면 자정께나 도착한다는 점도 고려해 일정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시 주석과 만찬을 한 뒤 청두로 이동해 다음 날 오전부터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시 주석의 오찬과 만찬이 동일한 시간으로 배정돼 있었기 때문에 어떤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애초 예정보다 25분이나 길어진 것으로 봐도 어느 쪽을 더 중시한다고 볼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