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주는 영향이 만만치 않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세금도 높이고, 오늘(23일)부터는 대출 규제도 실시되는데요. 그런데 취지와 달리 집값 잡으려다 전셋값이 꿈틀대는 '풍선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년 전 6억을 넘지 않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은 지난달 8억8천만원을 넘어섰습니다.
근로자 한 명이 3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2억8천만원을 저축한다고 해야 겨우 집값이 오른 만큼을 따라잡을 수 있는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40 세대들도 서울에서는 이미 소득만으로는 집을 살 수가 없어, 대기업 직원들도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에 목을 매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4인 가족이 살 만한 아파트는 이미 전세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손성철(가명) / 서울시 종로구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9억원이 넘지 않는 집을 사기 자체가 일단 힘든 것 같고. 저는 딸 둘 포함해서 네 가족이 사는 그런 사람인데, 저희같은 사람들은 집이 30평 이상의 조금 큰 집이 있어야 하는데…"
<인터뷰> 박용선 / 서울시 용산구
"대출을 받아서 집사는 경우가 가능했는데, 현재는 불가능하다보니 전세 위주로 살게 되는 것 같고, 집을 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살 때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문제는 수요를 잡기 위해 대출을 옥죈 이번 부동산 정책이 전셋값을 올리는 '풍선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12.16 부동산 대책 직후인 지난 12월 3주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 직후 서울 강남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나타났습니다.
대출 규제에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높아진 세금 부담분을 다음 전세계약에 반영하는 식으로 전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습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높은 전세가율과 전세대출 등을 통한 갭투자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대출 규제에 세금 여파로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되면 전세가율 상승 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전세 대란까지 우려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대책이 스스로 원인으로 진단한 문제를 더 키우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