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언론인 산케이 신문이 오는 24일 중국 청두에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협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개별 회담을 한 뒤 청두로 이동해 24일 오전 중국 측에선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나서 오후에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작년 10월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파국 상황으로 치달은 뒤 처음 열리는 정식 회담이다.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이 끝났다면서 징용 인력을 썼던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판결이 국가 간 약속(협정)을 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법원판결로 조성된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작년 대법원판결 이후 줄곧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면서 양국이 대화를 통해 소송 당사자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해법 제시를 계속 요구해 양국 간 대립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규제를 가하고,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한국 국민은 자발적인 '일본 불매' 운동을 본격화해 양국 간 대립은 역사 인식을 둘러싼 외교 영역에서 경제, 안보, 민간교류 등 전방위로 확산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물밑 접촉을 통해 두 나라 관계가 파탄 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 현안을 풀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고, 한국 정부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는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약 1년 3개월 만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쟁점 현안 해결을 위한 정상 간 대화의 무대에 올라서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총리실 정보에 밝은 산케이신문은 22일 "아베 총리는 이번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도록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아베 총리의 말이 문 대통령에게 얼마나 먹힐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입장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 일본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입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똑같은 문구로 반복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가 최근 1년여간 한일 관계 악화의 직접 원인이 된 징용 배상 문제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는 양보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근거로 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는 배경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막판에 철회해 '최소한의 신뢰관계'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중·일 정상이 만나는 곳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과의 핵 협상 시한을 연말로 일방적으로 설정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등 일본이 안보위협으로 느끼는 북한발 리스크가 엄중해지는 것이 또 다른 배경이라는 것이다.
산케이는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대법원) 판결이 야기한 청구권협정 위반을 시정하는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없다"며 "두 정상은 대북정책에서 협력을 확인하는 선에 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