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휘발유 사용 증가가 치매 발병률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대학 생애과정 및 노화 연구소의 에스메 풀러 톰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된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신 호에 실린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들을 인용해 납 노출과 인지능력 저하가 연관된다고 설명하면서, 신경독소(neurotoxin)인 납은 뇌와 혈액 사이 장벽을 통과해 신경세포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자동차 배기가스에 함유된 납 성분이 치매 발병률을 높이며, 1970년대부터 유연휘발유가 납 성분을 제거한 무연휘발유로 전환된 데 따라 서서히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납이 함유되지 않은 연료가 확산되니 그만큼 사람들이 납에 적게 노출돼 치매 발병률도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특히 납과 같은 중금속 노출이 '변연계 특이 노인성 TDP-43 뇌병증'(LATE: 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이라는 한 치매 유형의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최근 들어 노령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환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치매 발병률은 10년마다 15%씩 감소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납이 포함된 유연휘발유는 1920년대 개발돼 자동차 연료로 널리 사용되다 각종 건강 문제가 대두되자 1970년대부터 무연휘발유로 점차 대체됐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유연휘발유를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1970년 이전에는 평균적인 혈중 납 수치가 오늘날보다 15배나 높았다"며 나이가 어린 코호트(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일수록 축적된 납 수치가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우리의 가설이 맞다면 더 일찍 태어난 집단일수록 LATE의 발병률이 높을 것"이라며 앞으로 유연휘발유를 접한 세대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가설이 단지 추측에 불과하며, 흡연율 감소 등 다른 환경적 요인 역시 치매 발병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