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과의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19일 "(저의 출마를 포기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을 검찰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 수첩에 '청와대 측이 송 시장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인 임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임 전 최고위원이 증거물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시 30분께까지 약 7시간 30분 동안 울산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달 10일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조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가 필요한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조사를 위해 이날 울산으로 내려왔다. 해당 경찰관이 병가 중이어서 검찰이 원정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울산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18일 오후 임 전 최고위원에게도 2차 소환을 통보했다.
그는 울산지검을 나서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오늘 조사에서 처음으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봤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저와의 관계를 많이 기록해 놨더라"면서 "수첩에 기록만 됐지 내가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것이 맞다 그르다 얘기할 수는 없다. 그 바쁜 대통령에게 여쭤보겠나 어쩌겠나. 그저 당시 선거 전략용으로 썼던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밝혔다.
수첩에 적힌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임 전 최고위원은 "'임동호가 좀 밉다' 이런 것이다. 제가 미운 짓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라면서 해당 메모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가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전제로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재확인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시절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자리를 맡아서 역량 발휘도 하고 정치 경력도 쌓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고, 그때 친구인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한병도 정무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직 얘기를 했던 것"이라면서 "경선 불출마 조건으로 얘기한 것은 절대로 없고, (그런 얘기를 할 정도로)임 비서실장이나 한 정무수석이 정치적 모리배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이 될 때부터 총영사 얘기는 있었고 2017년 7월쯤 임 실장, 한 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사적으로 만날 때 그런 얘기가 오갔다"면서 "이후 '총영사보다는 공공기관이 낫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는데 저는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후 한 수석에게 '울산이 어려운데 민주당 책임자로서 자리에 가는 모양새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얘기했고, 한 수석도 잘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최고위원은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고위직을 제안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친분이 있던 임 전 비서실장 등과 고위직을 놓고 논의를 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어 의혹에 따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조사를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가면서도 취재진에게 "청와대 관계자나 국회의원 중에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이 제가 민주당 소속으로 어려운 지역을 오래 지켜오면서 고생한 것을 알고 '어떤 자리라도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은 "내일(20일)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뒤 귀가했다.
한편 임 전 최고위원의 동생은 지난해부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