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말을 앞두고 연초 상장사들이 그 해 목표로 잡은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수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제도적 보완으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상장사들은 연초만 되면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합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연말이 가까워지면 기존의 장밋빛 미래는 온데간데 없고 슬쩍 수정된 전망치를 내놓습니다.
실제 11월 이후 지금까지 올해 실적 전망치를 수정한 상장사는 모두 8개사.
대다수가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경우입니다.
이 가운데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연초 잡았던 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하나투어는 연초 9,545억원으로 예상했던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7,657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축소시켰습니다.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연초 예상치보다 6배 가까이 내려잡았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하나투어와 함께 국내 여행업계 대표기업인 모두투어는 연초 매출액 4,224억원, 영업익 334억원 달성을 예상했지만,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1,000억원 이상 급감한 매출액과 5배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광학렌즈 전문기업 디지탈옵틱과 콘텐츠 전문기업 CJ ENM 역시 연초 전망한 실적보다 낮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정정공시를 냈습니다.
심지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선 흑자 전망에서 적자로 돌아선 경우도 있습니다.
연초 영업이익 125억원 달성을 자신했던 광섬유 전문기업 대한광통신은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66억원의 영업손실을, PC보드 생산기업 심텍 역시 영업이익 36억원 달성에서 16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장사들은 3분기까지의 실적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실적 전망치 수정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상장사들의 이러한 행태가 매년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실적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현저히 다를 경우(50% 이상 차이)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정공시를 내면 지정을 피할 수 있어 일부 상장사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실 이런 부분들은 제도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에 예상실적과 실제 실현된 실적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관심,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연초 경영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장밋빛 실적 전망 공시에 투자자들만 멍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