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패배' 콜린 벨 감독 "심장에 칼 꽂히는 아픔"

입력 2019-12-17 23:56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뒤 첫 번째 한일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석패한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은 실점 빌미가 된 페널티킥 판정에 의문을 드러내며 패배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국 감독으로서 첫선을 보인 대회에서 긍정적 부분도 분명 있었다며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앞둔 소집을 기약했다.

벨 감독은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최종 3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우승을 축하하고 존중하지만, 어떻게 이겼는지는 의문"이라며 "무승부가 될 수 있었다. 일본에 승리를 선물한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날 한국은 이번 대회 여자부 톱랭커인 일본(FIFA 여자 랭킹 10위)에 후반 43분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주며 0-1로 져 일본에 이어 준우승했다.

벨 감독은 후반 막바지 결승 골의 계기가 된 수비수 심서연(현대제철)의 핸드볼판정에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본 선수의 슛이 심서연의 팔에 맞았을 때 슛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어디에 팔을 둬야 했는지 의문이다. 심판이 휘슬을 좀 빨리 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질문에 답을 하다가도 "일본이 시상식을 할 때 심장에 칼이 꽂히는 듯한 아픔이 있었다. 지면 안 되는 경기였고 무승부가 될 수 있었다"라거나 "선수들은 노력을 쏟았고, 자격이 있었다"며 패배를 재차 곱씹었다.

"선수들이 박스 내에서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짚었다.

벨 감독은 "결과엔 실망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에너지와 기량에는 실망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에너지가 넘쳤고 전술적으로 철저히 잘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세 경기를 치른 벨 감독은 전반적으로 수비 안정성이 좋았고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기를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볼 소유를 너무 쉽게 준다는 단점이 있다. 언제 움직이고 패스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공이 있든 없든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골 기회를 많이 만들고, 전방에서 더 위력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 지역에서 결정을 짓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선점도 꼽았다.

이번 대회 23명을 선발해 22명을 기용하며 폭넓게 선수들을 지켜본 벨 감독은 이제 내년 2월 올림픽 예선을 준비한다.

그는 "나이와 관계없이 플레이 스타일에 부합하면 선수 발탁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회 추효주를 통해 확인했듯이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더 있다"면서 "1월 소집에는 19세 이하 연령 선수 2∼3명을 불러서 관찰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콜린 벨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