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남았는데 대출 되나요'...정부 기습 규제에 은행 '대혼란'

입력 2019-12-17 12:24
수정 2019-12-17 13:40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한 첫날인 16일 시중은행에는 자신이 규제 범위에 속하는지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특히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 반포동 등 시가 15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 대출 문의가 이어졌다.

이미 대출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주택을 계약한 고객들은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이 막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택 안정 대책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가능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추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금융회사별에서 대출자별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15억원 주택의 경우 대출 한도가 6억원에서 4억8천만원으로 1억2천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이날부터 전면 금지된다.

한 시중은행 대치동 지점 관계자는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전화나 직접 지점을 방문해 당장 대출금액이 얼마나 줄어들지, 중도금이나 잔금대출이 막히는지 물어보는 고객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근 부동산에서도 기존 매매계약자들의 대출이 진행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강남지역 관계자도 "기존 신청자와 아파트 매매 예정자 중심으로 계속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부동산 매매가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강남권 관계자는 "매매계약까지 체결했는데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부동산에서 매도자와 매수자를 중재해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한 거래 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16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한 사실을 증명하거나 금융사가 전산상 등록을 통해 대출 신청 접수를 끝낸 차주는 기존 규정을 적용받는다.

16일까지 입주자모집 공고(입주자모집 공고가 없는 경우 착공신고)가 이뤄진 사업장에 대한 집단대출도 예외 적용 대상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1주택 세대로서 사업추진(조합 설립 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주택대출 금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건축이 많은 반포지역은 중도금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입주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 전화가 주류였다.

높은 집값 상승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포지역도 문의 전화가 많았다.

특히 평수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갈려 고객들이 난감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예컨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20평대까지는 대출이 가능하나 30평대 이상은 시가가 15억원이 넘어 대출이 안 됐다.

한 시중은행 마포지역 관계자는 "대출을 진행 중인 경우 대출금액이 달라지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문의가 주를 이뤘다"며 "아파트를 사려고 계획 중이었던 고객들이 이번 대책 발표로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어제 대출 가이드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나왔고, 이전의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서 혼란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대출 규제 선에 걸려있는 고객들은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