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광둥(廣東)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하면서 인근 상권이 무너지고 인력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등 지역경제에 한파가 불어닥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공장 가동을 지난 10월 중단한 후 인근 식당이나 점포의 60%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되며, 폐업 점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당, 약국, 슈퍼마켓, 편의점, PC방, 호텔 등 인근 상권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 직원들의 소비에 의존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의 국교 수립과 함께 후이저우 휴대전화 공장을 가동했으며, 2007년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다.
2017년 후이저우 공장은 6천257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17%에 해당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는 중국 내 생산시설을 계속 감축해왔으며, 마침내 지난 10월 후이저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스마트폰 생산기지는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됐다.
노동 전문가인 류카이밍은 "삼성은 그동안 광둥성과 인근 지역에 완전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삼성 공장의 철수로 광둥성에서 최소 100개의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이저우와 100km 떨어진 광둥성 둥관(東莞)에 있는 한 로봇 제조업체는 삼성의 주문을 더는 받지 못해 대규모 적자를 내자 직원들에게 단축 근무를 시키거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 공장 직원은 "회사 측은 강제 해고를 피하기 위해 단축 근무나 휴가 등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생계가 어려워진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년 전 삼성의 주문이 밀려들 때는 이 회사 직원이 1만여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3천여 명으로 줄었다.
삼성 공장 철수로 인근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근에 6∼7층짜리 주거용 아파트가 100동 정도 있는데, 대부분 삼성 공장 직원들이 살았다"며 "삼성 공장이 문을 닫자마자 가격이 폭락했지만,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빈집으로 남아있어 밤에는 '유령 도시'와 같다고 그는 전했다.
SCMP는 "후이저우 지역 주민들은 삼성이 떠난 자리에 다른 기업의 공장이 들어오기를 바라지만, 지역 정부와 주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대체할 기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