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지난 7일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올해 다섯 번째 천 만 영화로 등극했다. ‘극한직업(2월)’, ‘어벤져스: 엔드게임(4월)’ ‘알라딘(5월)’ ‘기생충(6월)’에 이은 것으로, 한 해에 천만 영화가 다섯 편이 탄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CGV 리서치센터는 한국영화 100주년이자 천만 영화 5편으로 한 획을 그은 2019년 영화산업을 결산하며 ‘탈공식’, ‘20대’, ‘키즈패밀리’를 3대 키워드로 선정했다.
탈(脫)공식에 따른 성·비수기 경계 붕괴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9년 영화시장은 상하반기가 극명하게 반대 양상을 보였던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상반기는 ‘극한직업’부터 ‘기생충’까지 연이은 흥행작들로 전년대비 13% 이상 전국 관람객이 성장했다. 특별관 N차 관람, 중장년층 관객 확대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만 천만 영화가 네 편이나 나왔다. CGV 관객 기준으로 신규 고객이 약 24%, 연 5회 이하 극장을 방문하는 라이트 고객이 약 23%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올 한해 전체 누적 관객수가 2억4천만명에 이를 것이란 기대감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하반기 전통적인 성수기에 들어서며 이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름방학 성수기가 흔들리고 9월 시장 역시 부진이 지속됐다. 지난 8월 전국 관람객은 전년 대비 82% 수준인 약 2천5백만명으로, 8월 관람객 수로는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석 기간 일 평균 관람객 역시 128만명에 머물며 지난해 대비 3% 이상 감소했다. 11월 ‘겨울왕국2’ 흥행과 연말 한국 영화 대작들로 2억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관람객 2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비수기 개봉 영화가 크게 성공하고, 반면 성수기 대작들이 기대에 못 미치며 성·비수기 경계가 모호해지는 탈(脫)공식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특히 여름방학과 추석 등 성수기 시즌에 개봉한 한국 대작 영화들이 고객의 선택을 못 받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신 '보릿고개'라 불리던 6월과 11월에 관람객이 전년 대비 각각 51%, 8%를 성장하며 비수기 개념을 흔들었다. 최근 5년간 월별 전국 관람객 평균 기준으로 살펴볼 때 6월은 1천5백만명 수준으로 연간 4번째로 관객이 적은 달이었는데, 올해는 2천3백만명의 관객을 모아 올해 월별 2번째로 관객이 많은 달이 됐다. 11월 또한 연간 3번째로 적은 달이었는데, 올해는 5번째로 관객이 많은 달이 됐다.
20대 관객, 급변하는 시장 속 더 중요해져
CGV 리서치센터는 급변하는 영화 시장 상황에서 20대 관람 의향과 최종 관람객 상관계수는 0.63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는 데 주목했다. 따라서 20대가 리딩하는 관람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대 관객은 콘텐츠를 조기 수용하고 또래 집단과 경험을 공유해 이슈를 재생산 했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따르며 정보를 얻는 ‘팔로인(Follow+人)’이자, 실감나는 경험을 추구하는 ‘실감세대’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알라딘’을 들 수 있다. ‘알라딘’은 개봉 첫날 관람객이 7만3천명에 불과했다. 천만 영화 중 개봉일 성적이 10만 명 미만인 것은 ‘알라딘’이 유일하다. 그러다 20대 관객 중심으로 입소문이 강하게 퍼지면서 전 연령대로 확산됐고, 4DX N차 관람을 주도하면서 1천만 관객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
참고로 2019년 CGV 영화소비행태 조사 기준, 2024 세대는 개봉 당일 또는 개봉 직후 관람 비중이 34.8%를 차지하고, 2529세대는 영화 관람 후 22%가 관람평을 남긴다. 콘텐츠 조기 수용하고 관람평을 남기는 점에서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CGV 회원 기준 재관람 비중이 20대의 경우 32.8%로 다른 연령대 대비 가장 높고, 특별관은 4 DX의 경우 20대 관람객이 작년 대비 올해 34.6%나 증가했다.
키즈패밀리 주목, 아이들이 관람 영화 주도
CGV 리서치센터는 아이를 동반한 3549 세대의 키즈패밀리에 집중했다. CGV 회원 티켓수 기준으로 올해 3549 세대의 관람 인구 비중은 과거 대비 줄었으나, 인구수 대비 티켓 수는 오히려 늘었다. 자녀 발권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기준 3549 세대 발권 중 27%가 자녀 발권으로, 2017년 대비 3%p 증가했다. 청소년 발권 비중도 같은기간 1.4%p 높아져 17.5%를 기록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개봉한 ‘안녕, 티라노’의 경우, CGV 관객 기준 19세 이하 관람 비중이 51%를, 자녀의 관람 결정 비율이 68%를 넘었다. 아이들이 영화 소비의 주최가 된 것. 특히 ‘겨울왕국2’는 아이들이 관람을 주도한 끝판왕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선 누가 먼저 영화를 관람했는가가 화두였고, ‘4DX 타러 간다’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어린 관객은 주인공 ‘엘사’와 ‘안나’ 드레스를 입고 영화를 봤고, 영화 굿즈 판매점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오영준 리서치센터 부장은 “최근 3년간 500만 이상 관객이 든 작품을 보면 부모와 동반해 영화를 관람하는 키즈패밀리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심지어 주말 사전 예매는 40대 관객이 가장 높을 만큼, 키즈 패밀리, 특히 아이들 대상으로 보다 많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