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없이 암세포만 공격한다…美 스탠퍼드 연구진 "차세대 CAR-T세포 개발"

입력 2019-12-09 21:51


CAR-T세포는 유전자를 조작한 환자 자신의 T세포다.

이 T세포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수용체)을 표적으로 추적해 암세포를 죽이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이 재발성 또는 무 반응성 급성 림프구성 소아 백혈병에 대한 CAR-T세포 치료법을 '신속 처리(fast-track)' 건으로 승인했을 때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FDA는 같은 해 일부 성인 림프종에 대한 CAR-T 치료법도 승인했다.

이 치료법은 특히 혈액암에 인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수 환자에서 CAR-T세포의 암세포 공격 능력 떨어지는 '탈진 반응(exhaustion response)'이 나타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과학자들이 이런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CAR-T세포'를 개발해, 인간의 배양 암세포와 동물 세포 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이튿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치료법은 특히 고형암(solid cancer)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 이 치료법은 고형암엔 듣지 않는 거로 알려졌다. 이번 실험은 인간 백혈병과 뼈암(bone cancer)이 생긴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크리스탈 매칼 소아청소년과·의과 교수는 "T세포는 암을 뿌리 뽑을 만큼 강력하지만 일정 기간 활동한 후에는 반응이 약해지는 자연 제동장치가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 '암 세포 치료 연구소'의 소장을 맡은 그는 'T세포 탈진' 분야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연구팀은 ATAC-Seq라는 신기술에서 열쇠를 찾았다.

같은 대학의 하워드 창 암 유전학 석좌교수가 개발한 이 기술을 쓰면, 유전자가 너무 높게 발현하거나 너무 낮게 발현하는 유전체 영역을 정확히 지목할 수 있다.

분석 결과 탈진한 T세포는, 세포의 단백질 수위를 조절하는 유전자 그룹에서,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하는 단백질 수위가 높아져 있었다.

연구팀은 c-Jun이라는 유전자의 과잉 발현을 유도해 깨진 균형을 복원했다. c-Jun은 T세포 활성화와 연관된 단백질의 발현 수위를 높이는 데 관여한다.

그러자 T세포는 보통이면 탈진 상태에 빠졌을 법한 조건에서도 활발한 상태를 유지하며 증식했다.

매칼 교수는 "CAR-T세포의 탈진에 저항하고 고형암에 대한 작용도 개선하는 방법을 생쥐 실험에서 개발했다"라면서 "이런 결과가 차세대 치료법으로 이어져 많은 유형의 암 치료에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18개월 안에 인간 백혈병에 대한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